국기원은 정당도 아니고 정부부처도, 이익집단도, 자치단체도 아니다. 대변인을 둘 만한 조직문화도, 규모도, 처지도 안 된다. 아마도 전 이사장이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지낸 경험을 살려 대변인 제도를 두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국기원의 대변인 기능은 홍보팀이 하면 된다. 그 기능과 권한을 부여하면 된다. 단언컨대, 대변인 제도는 조직과 인력과 예산을 감안할 때 국기원에 맞지 않는 ‘혹’이다.

“세계 기구인 국기원에 대변인이 없습니다. 대변인 제도를 두어 코로나19로 어려운 세계 태권도인들에게 힘을 주는 성명도 발표하고 대책 등에 대한 신속 정확한 발표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또한 각종 대회나 행사에 대한 홍보도 바로바로 제공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죠. 국내 언론인들과의 소통 창구가 없다 보니 외부에서 물어볼 곳도 없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지난 4월 3일 문화체육관광부 승인을 거쳐 국기원 신임 이사장에 취임한 전갑길 이사장(63)이 <데일리한국>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국기원에 대변인 제도를 둬야 한다는 그의 소신은 5월 27일 열린 2020년도 제7차 국기원 임시이사회에서 또 나왔다. 전 이사장은 이날 “국기원 홍보팀이 약해서 대변인 제도가 필요하다”며 “대변인과 부대변인까지 둬서 국기원 정관에 넣겠다”고 말했다.

당시 이 말은 다른 현안에 묻혀 주목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그 다음날 3개월의 공백을 딛고 최영열 원장이 지위를 회복해 업무에 복귀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국기원 정관에 명시된 이사장과 원장 본연의 기능(역할)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국기원 직원의 임용과 평가 등 인사(人事)와 살림을 책임지는 행정의 수반(首班)인 원장과 한마디 상의도 하지 않고 이사장이 공식 자리에서 ‘대변인 제도’ 신설을 언급하는 것은 시쳇말로 ‘오버(over)’라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을 감지해서인지 이날 손천택 이사는 “대변인 제도는 원장이 복귀하면 상의하면 좋겠고…”라며 점잖게 제동을 걸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1) “홍보팀이 약하다”는 전 이사장의 말이다. 어떤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는지 모르지만, 국기원 직원들의 업무 환경과 ‘메커니즘(mechanism)’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아전인수(我田引水) 식의 쩨쩨한 발상이다.

현재 국기원 홍보팀은 부장급 K직원과 주임, 사원 등 3명이 맡고 있다. K직원은 9년 전 국기원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이후 줄곧 홍보팀에서 근무한 베테랑으로, 한때 동료로 지낸 태권도 전문지 기자들은 물론 일간지 태권도 담당기자들과도 소통이 원활하다. 그 나머지 직원들도 나름 소임을 다하고 있다고 본다.

전 이사장이 어디서 무슨 소리를 듣고 판단했는지 알 수 없지만, “국내 언론인들과의 소통 창구가 없고…홍보팀이 약하다”는 것은 편견이 내재된 보편적 관점이 아니다.

전 이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실 있는 국기원 조직을 만들고 직원들을 안정화시키는 일을 할 것이다. 직원들을 상대로 수시로 강의·교육의 자리를 마련해 직무능력의 수준을 끌어올리려고 한다”고 했다.

거칠게 말해, (이 말도 정관상 이사장보다 원장이 하는 게 맞지만) 직원들을 안정화시키겠다고 해놓고서, 묵묵히 맡은 일을 하고 있는 홍보팀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2) 국기원 조직에 대변인 제도가 굳이 필요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 이사장은 “대변인 제도를 두어 코로나19로 어려운 세계 태권도인들에게 힘을 주는 성명도 발표하고 대책 등에 대한 신속 정확한 발표도 필요한 상황이다. 각종 대회나 행사에 대한 홍보도 바로 바로 제공해야…”한다며 대변인과 부대변인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국기원 조직과 국기원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을 감안하면 대변인 제도는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 그야말로 현실과 동떨어진 ‘헛발질 제도’이다.

그동안 홍보팀은 국기원과 관련된 각종 대회와 행사가 끝나면 보도 자료를 만들어 각 언론에 신속하게 보냈고, 국기원의 정책과 민감한 입장도 파문과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름 애썼다고 본다.

전 이사장은 “성명도 발표하고 대책 등 신속 정확한 발표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는데, 홍보팀이 그것을 몰라서 안 했겠는가. 국기원 집행부의 궁색한 처지와 태권도 시민단체를 자임하는 사람들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일이 대응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 아니겠는가.

홍보팀은 국기원 직원이다. 국기원 집행부가 내부 지침을 만들어 외부 세력에 강하게 대응하고 성명도 신속 정확하게 발표하라고 하면 그대로 이행하면 된다. 그동안 못해서 안 한 것이 아니다.

전 이사장 말대로 대변인과 부대변인을 뒀다고 치자. 그들이 과연 본분을 다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태권도 제도권과 국기원 안팎의 상황을 숙지하지 못하고, 정무적 감각도 부족한 상황에서 전 이사장 말처럼 성명을 신속 정확하게 발표하고 언론인들과 소통 창구를 원활하게 만들며 대변인 제도의 순기능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엄연히 홍보팀이 있는 상황에서, 앵무새처럼 미리 작성된 글을 읽는 정도의 대변인 역할을 하려면 애당초 대변인 제도를 운운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현재 국기원 조직(인적구성)상 ‘옥상옥(屋上屋)’의 전형이고, 실효성이 없는 패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긴축 운영을 하는 등 구조조정을 해야 할 마당에 대변인과 부대변인을 둘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다.

대변인과 부대변인을 둔다고 한들 그 사람들이 1년, 한 달에 무슨 일을 얼마나 유용하게 할 지도 의문이다. 대변인 제도 운용 그 자체가 헛점투성이다. 전 이사장은 자신의 측근들을 대변인과 부대변인에 앉히려고 한다는 ‘위인설관(爲人設官)’의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대변인 제도를 두겠다는 말은 당장 거둬들여야 하지 않을까.

국기원은 대변인을 두고 있는 정당도 아니고 정부부처도, 이익단체도, 자치단체도 아니다. 대변인을 둘 만한 조직문화도, 규모도, 처지도 안 된다. 아마도 전 이사장이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지낸 경험을 살려 대변인 제도를 두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국기원의 대변인 기능은 홍보팀이 하면 된다. 그 기능과 권한을 부여하면 된다.

단언컨대, 대변인 제도는 조직과 인력과 예산을 감안할 때 국기원에 맞지 않는 ‘혹’이다. 대변인 제도를 언급하기 전에 국기원 집행부 임원들부터 홍보팀이 성명과 입장문을 발표하는 등 ‘뒤치닥꺼리’를 하지 않도록 올바르게 처신하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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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COMMENTS

  1. 정당들은 대변인 있어서 정치가 이모양이냐 대변인들은 꼭두각시에 불과한 돈이 남아도는 기관에서나 하는 것이지 국기원처럼 거저먹는 심사비외에 수입창출 능력이되는가 수입창출 사업은 있나 정치인들어오더니 개폼잡고 있네

  2. 아는만큼, 배운만큼 보이는것이죠. 핵심을 찌른 기사네요. 짝짝짝!서기자님, 이렇게 기사썼다고 3급 사범연수 강사 피해보시지 말길 바랍니다. 후학들을 지도해주실 강사분들이 실력으로 평가되는 연수원이 되길!!!

  3. 지금 국기원은 본질을 잃어 버렸고 갈길을 잃어 버렸다. 국기원의 정체성이 무엇일까? 국기원장과 이사장의 자격조건과 역할과 존재이유가 뭘까?
    태권도의 정체성이 뭘까? 국기? 무슨 국기일까? 대한민국의 국기?
    그 이름값에 걸 맞는 인적구성과 역할일까? 문외한의 입장에선 태권도와 국기원과 관련된 일이나 사람들을 접할 때 마다 강하게 고심하게 되는 물음만 투성이다…
    어디서 부터 무엇 부터 꼬였을까?
    늘 궁금한 생각들이다

  4. 국기원 기술심의회도 돈잔치 있으나 마나한데 기술심의회 홍보분과
    왜 위촉했냐 국기원 갈길먼데 정신차리시길

  5. 전 이사장은 국기원 내부 파악도 안된상태에서 언론에 떠들생각만 하고 있고.. 이래서 정치인은 안된다고.. 홍문종을 겪고도 정치인을 뽑냐 이사들아 답답..

    사범

  6. 전 이사장은 국기원 내부 파악도 안된상태에서 언론에 입 떠들생각만 하고 있고.. 이래서 정치인은 안된다고.. 홍문종을 겪고도 정치인을 뽑냐 이사들아 답답..

    사범

  7. 제2차세계전쟁 이후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것이다.세계전문가들은 “예고”하고있다.현대판 한국의 보리고개 시대가 펼쳐질 기세이고 특히 태권도체육관은 경제가 초토화된 상태다.임대료.자녀들학원비는 벌어야 하는데 막막하고 답답한 마음뿐인 태권도사범들이 시련과고난은 멈출기미가 안 보이는 기로에섰다면 이해할 사람도 많지않다 모두 자신들이 탓이라 하고 모른체하는 태권도사회엔 이기주의일 뿐이다.이렇게 태권도체육관 공동체가 하염없이 무너지고 무너져 버리면 살아남는 자만 승리자요 패자는 죽음으로 내몰릴 것이다.국기원의 기능이 제대로 자동이 안되고 “간사’한 기능만 설계하면 우리의 태권도공동체는 몰락의 길을 걷게되리라 예상하고 상상해 본다.인재등용도 필요하다.그러나 지금은 아니다.태권도공동체를 살리는 정책과 정무적판단이 확실히 서야할 것이다.14세기 흑사병으로 시체가 산더미같은 시대에도 세계는 살아왔다.서로 살고자 하면 살고 죽고자하면 죽는다.상생의법칙 대안 플랜을 1.2.3.시리즈로 내 놔 봐라. . .엉터리도 괜찮다.뭔가 제시하라.거짓말이라도 좋다.침묵은 부끄럽고 비양심적이다.돌을 맞는 마음으로 말 한마디가 소중한 시대이다.이도저도 아니면 집단퇴사도 괜찮다.고려해 볼만한 엑소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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