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사범의 에티오피아 태권도 통신(12)
# 세계태권도한마당 참가를 소망하며

국기원이 해마다 여름에 주최하는 ‘세계태권도한마당’을 앞두면 나와 같은 정부파견사범들은 분주하다. 태권도한마당에 참가하기 위해 준비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2016년 에티오피아에 파견됐을 때 나는 파견국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어서 태권도한마당을 준비하지 못했지만 다음 해부터는 당연히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나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꼬박 3년에 걸쳐 태권도한마당에 나가고 싶어 발버둥 쳤다. 하지만 한국에 한 번 나가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수많은 제약이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에티오피아 사범들은 태권도한마당에 참가할 경제적 여력이 없다. 혹 여력이 되더라도 사범 교육에 초점을 맞춘다.

국기원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태권도한마당에 참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금전적인 부분도 이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난 희망을 가져본다. 2020년 태권도한마당에 우리 에티오피아 사범들과 선수들을 데리고 참가한다면, 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 에티오피아 태권도세미나를 개최하며

에티오피아에 파견된 지 4년 만에 나의 의도대로 태권도 프로그램을 만들어 3일 세미나와 4일 세미나를 개최했다. 그 때까지는 에티오피아 중앙태권도연맹이 겨루기 코칭세미나를 할 때 잠시 시간을 내서 품새 세미나를 하고, 4단 이상 고단자 심사를 보기 전에 내가 요청해 품새 및 간단한 교육을 한 것이 전부였다.

그 전에 세미나를 못한 이유는 중앙연맹에서 내가 주도하는 세미나와 교육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세미나와 교육을 하면 사범들의 마인드를 나쁘게 만들고, 나의 세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그들의 의심 때문이다.

처음에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나 이것도 내가 풀어 나가고, 에티오피아의 모든 사범들이 힘을 합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니 연맹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김도진 사범이 에티오피아 태권도 세미나를 마치고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추억을 남겼다.

그렇게 4년을 기다렸고, 열심히 준비했다. 그래서 소속 기관을 바꾸면서까지 세미나를 개최하는 일에 모든 노력을 쏟았다.

하지만 에티오피아 중앙연맹의 방해공작은 멈출 줄을 몰랐다. 세미나 및 태권도 관련 행사는 자신들만 해야 하는 일이며, 지방연맹에 연락해 세미나에 참가하면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엄포를 놓았다. 그리고 사범들에게 유언비어도 퍼트렸다.

이러한 방해공작 속에서 시작한 첫 세미나는 우려한 것보다 많은 사범들이 참가했다. 물론 한국에서 하는 세미나 수준으로 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태권도 실기 위주보다는 그들과 대화를 통해서 소통의 시간을 마련했다. 또 태권도 역사, 예절, 정신,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와 함께 국기원이 주최한 국제사범교육을 받고 돌아온 에티오피아 사범들에게 요청해 품새 및 기본기 지도를 부탁했다. 그들도 봉사하는 마음으로 흔쾌히 나를 도왔다.

그리고 각 지방연맹 사무총장들도 세미나에 참가해 지켜보게 했다. 3일 동안 세미나를 본 사무총장들은 자기들이 속한 지방연맹에서도 세미나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며칠 전 오로미아주 월드태권도연맹의 세미나가 시작됐다. 오로미아 월드태권도연맹은 국기원에서 파견된 나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꾸준히 그들에게 다가가는 나의 노력이 통했는지 이제는 가장 먼저 협력하는 연맹이 됐다.

사무총장과 몇 차례 회의를 하며 어떤 내용의 세미나를 원하는지 먼저 파악하고, 언어가 달라 걱정하는 그들에게 태권도는 한국어로 훈련하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

그리고 중앙연맹이 실시하는 세미나보다 훨씬 낫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나도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4일 동안 세미나를 끝내고, 그들은 준비한 선물을 나에게 주며 말했다.

“그랜드 마스터, 이제껏 저희들이 태권도를 잘못 가르친 것 같습니다. 저희는 오늘 새로운 태권도를 시작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티오피아 태권도계가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이 모이면 나를 방해하는 중앙연맹도 바뀔 것이고, 에티오피아 태권도도 발전 할 것이다. 이러한 소중한 마음을 느끼게 해주는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리고 다짐한다.

“이런 기회를 주신 당신들을 위해 더욱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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