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사범이 2015년 펴낸 실전태권도.

“태권도가 실전성 망각하고 기피하면 무술이 아니다“

이동희 사범이 최근 ‘실전 태권도’ 책을 펴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사범은 경희대 태권도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 신촌 가온태권도장에서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학창 시절 코리아오픈태권도대회에 참가해 품새 단체 1위를 하는 등 품새와 호신술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다.

이동희 사범이 2015년 펴낸 실전태권도.
이동희 사범이 2015년 펴낸 실전태권도.

현재 이 사범은 ‘실전 태권도’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서른도 안 된 젊은 이 사범이 ‘실전 태권도’에 심취하고 책을 출간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가 저술한 ‘이동희의 실전 태권도’ 머리말을 보면 이 같은 궁금증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이 사범은 “태권도는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유연하고 많은 것을 가진 무도였다. 역사적으로 봐도 발기술은 말할 것도 없고, 수많은 손기술은 물론 유술 체계와 관절기술 체계도 겸하고 있다. 무한한 무술적 기능을 포함하고 응용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진 그야말로 최고의 종합무술”이라며 “지금까지 배우고 연구했던 것들을 추려서 태권도의 기술체계와 품새에 맞게 해석하며 내 나름대로 재조명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어떤 무술보다도 실전에 강한, 실전 태권도를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다음은 머리말 전문.

“태권도를 시작한 것은 기억도 나지 않는 아주 어린 시절이다. 다섯 살쯤 되었던 것 같다. 남자아이들이 으레 그렇듯 나도 강함을 동경했고, 무술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라면 빠지지 않고 봤다. 그랬기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접하기 쉽고 인지도가 있었던 태권도장에 다니게 된 것은 필연이라면 필연이었다.

그렇게 8여 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점차 의문이 싹텄다. 어째서 태권도의 손기술은 이토록 발전 및 응용이 안 되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태권도 시합용 겨루기가 발차기를 위주로 하였기 때문에 전 세계의 어떤 무술과도 차별화를 이룰 수 있었고, 덕분에 세계 최고 수준의 발기술을 보유하게 되었음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태권도에는 분명 손기술도 있다. 오히려 발기술보다 많다고 생각했다. 처음 흰 띠를 허리에 묶고 도장에 들어선 순간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주먹지르기이고, 품새만 해도 손기술이 대부분이 아닌가!

태권도 시합이 발 위주가 된 것이 불만은 아니었다. 단지 시합용 겨루기는 그대로 두더라도 손기술을 발전시키고 응용해 보려는 시도는 왜 없었는지 그것이 의문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게 수련하시는 분들도 있었을 것이다. 다만 태권도계에 전체적으로 보편화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런 아쉬움을 가슴 한구석에 남긴 채 겨루기 선수로서의 이력을 마무리 지었다. 기회가 닿아 코리언 타이거즈라는 유명 시범단에 입단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나는 품새와 시범에 관심이 많았는데 운 좋게 시범단과 품새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덕분에 태권도에서 크게 3대 분야로 나누는 겨루기, 품새, 시범에 대해 골고루 경험을 쌓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정말 행운이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예전부터 항상 아쉬움으로 남던 부분이 점점 가슴속에서 자라나고 있음을 느꼈다. 어째서 태권도는 기존의 정착된 분야를 넘어 다른 부분은 발전되지 않는가라는 의문, 이것이 늘 머릿속을 분잡하게 만들었다. 그 당시 태권도는 이미 세계 최고의 발차기 체계를 이루어 발전시키고 있었다. 품새 시합이 생기면서 선수들은 수준 높고 깊이 있는 품새 동작을 구사했고, 시범공연은 또 하나의 문화의 축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발차기를 제외한 다른 기술체계에서 실전적인 부분은 예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아무래도 가장 시급해 보이는 것은 손기술이었다. 어째서 그 많은 손기술을 써먹지 못하고 있는지 항상 아쉬웠다. 이대로라면 나중에 행여 제자에게 주먹지르기를 가르치게 되었을 때, 주먹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조차 없을 거라는 위기감이 들었다.

당시 한창 격투기가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태권도 출신 선수들은 대부분 그런 무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자 대중들은 역시 발차기만으로는 안 된다며 태권도는 약한 무술이라고 얕잡아 보기 시작했다. 일부 태권도인들도 반박할 여지가 없었는지 태권도는 심신을 수양하는 무도武道라며 말을 돌렸다.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무도며 정신적인 측면을 떠나서 태권도는 일단 싸우는 기술 체계다. 일단 이것이 전제된 이후에 정신적 측면이든 문화적 측면이든 논할 수 있는 것이다. 정신수양을 논하자면 참선이나 요가 등 다른 것도 많다. 시범공연도 마찬가지이다. 서커스도 있고 무용도 있고 뮤지컬 등 공연문화는 이미 넘치고 많다. 단언컨대 무술이 실전성을 망각하고 기피한다면 이미 무술이라 할 수 없다.

태권도인들이 격투기 시합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태권도가 약해서가 아니다. 격투기 규칙에 맞춘 훈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태권도는 발차기 말고도 수많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들을 수면 위로 올려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 당시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그런 부분에서 깊이 있는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또 다른 배움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내 생각에 직립보행을 하며 팔다리를 각각 두 개씩 가진 인간의 체형으로는, 싸우는 기술인 무술이라는 것은 거기서 거기라는 결론이었다. 물론 각 무술들의 특성이야 있겠지만 핵심을 파헤치면 결국은 같은 곳으로 귀결되리라고 봤다.

예를 들어 어떤 태권도인이 교본에서 업어치기가 수록된 부분을 보고, 그것을 위주로 수련하고 응용해서 유도선수와 같은 실력을 보유하게 됐다고 치자. 그럼 그 사람은 태권도인이 아니라 유도인이란 말인가? 다른 예로, 태권도인이 주먹을 잘 사용하면 복싱선수가 되는 것인가? 이런 질문은 각각의 무술마다 얼마든지 던질 수 있다.

이런 생각을 어릴 때부터 해오다 보니 결국 각 무술의 정체성과 자부심은 개개인의 마음속에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즉 내가 다른 무술을 익히게 되더라도 나 스스로가 태권도인이라는 자부심을 품고 있으면 나는 태권도인인 것이다. 물론 다른 무술을 배움으로써 얻은 기술과 장점은 확실히 인정해야 하고 그 배움에 똑같이 자부심도 가진다. 그러나 그 기술들이 태권도의 기술체계 안에서도 충분히 녹아들 수 있다면, 태권도인인 내가 그것을 응용하고 창조한다면 나의 정체성은 여전히 태권도에 있다.

이런 생각을 갖고 나는 격투기 선수생활도 경험해 보고 세계 여러 곳의 특수 무술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전통 무술들도 발품을 팔아가며 배웠다. 역시 세상은 넓고 배울 것은 항상 많았다.

그런 시간을 보내며 태권도에 대한 연구도 계속했다. 태권도는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유연하고 많은 것을 가진 무도였다. 역사적으로 봐도 발기술은 말할 것도 없고, 수많은 손기술은 물론 유술 체계와 관절기술 체계도 겸하고 있다. 무한한 무술적 기능을 포함하고 응용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진 그야말로 최고의 종합무술이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이 문득 와 닿으면서, 개인적으로도 크게 마음의 위안이 되고 가슴 벅찼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지금까지 배우고 연구했던 것들을 추려서 태권도의 기술체계와 품새에 맞게 해석하며 내 나름대로 재조명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어떤 무술보다도 실전에 강한, 실전 태권도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을 정리하여 이렇게 책으로 엮게 되니 보람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태권도의 잠재된 힘을 일깨우고 싶다는 마음에서 작업을 했지만, 부족한 실력에 미비한 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점이 눈에 띈다면 계속해서 보완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최근에 태권도의 무도성 및 실전성을 회복하고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본서가 그런 시류에 편승함은 물론이고 태권도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새기는데 일조하게 된다면 더 이상의 바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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