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범은 관장의 하위 개념이 아니다

 

태권도계에서 ‘일선 태권도 지도자’라고 하면 흔히 관장(館長)과 사범(師範)을 일컫는다. 태권도를 배우는 수련자 입장에선 관장과 사범 모두가 지도자이다.

하지만 일선 태권도계에서 관장과 사범의 신분과 지위는 엄연히 다르다. 왜 그렇게 됐을까.

1945년 해방 전후 현대 태권도의 모체가 되었던 5대 기간도장이 개관하면서 각 관을 대표하는 사람들을 관장이라고 칭했다. 각 관에서는 이를 두고 1대 관장(창설자), 2대 관장, 3대 관장이라 칭했고, 지방에 생긴 각 지관을 통할하는 사람을 지관장이라고 했다.

그 후 도장이 ‘체육시설업’으로 분류되고, 태권도를 가르치고 수련하는 곳을 대부분 ‘태권도 체육관’이라고 하다 보니, 그 체육관의 우두머리를 자연스럽게 ‘관장’이라고 칭하게 된 것이다.

현실이 이렇게 된 데는 태권도 체육관 명칭이 크게 작용했다. 태권도가 지니고 있는 무도적 가치와 심신수련의 측면에서 보면 ‘태권도’와 ‘체육관’은 조합이 잘못된 합성어라고 할 수 있다. 체육관은 올림픽체육관, 장충체육관처럼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는 여러 시설을 갖춘 넓은 공간(건물)을 의미하는데, 태권도를 수련하는 곳을 체육관이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다.

여기에 자본주의 시장 경쟁논리가 유입되면서 관장과 사범이 엄연히 다른, 그야말로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갑을 관계가 되었다. 태권도 체육관을 경영하는 관장이 돈을 주고 고용한 사람을 대수롭지 않게 ‘사범’이라고 부르면서, 위계 서열상 관장은 사범보다 지위와 직급이 높은 사람이 되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수년 동안 사범생활을 한 홍 아무개가 도장을 개관했는데도 주위에서 “홍 사범”이라고 부르자 “나는 사범이 아니다. 홍 관장이라고 불러 달라”고 했다는 웃지 못할 촌극도 벌여지고 있다.

태권도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관장’ 호칭을 애써 바꿀 필요는 없다. 도장의 장(長)을 관장이라고 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도장을 경영하는 관장 호칭이 사범보다 상위 개념이라고 하는 인식은 바로 잡아야 한다.

사범은 관장의 하위개념이 아니다. 사범은 태권도를 가르치는 사람들에게 부여되는 최고의 호칭이자 권위와 존경심의 발로이다. ‘사범(師範)’은 말 그대로 모범(본보기)을 보이는 스승이다. 도장을 개관하고 나서 “난 더 이상 사범이 아니다. 관장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학교를 책임지고 있는 교장과 여러 교사들, 그리고 교육자 실습생인 교생을 가리켜 우리는 모두 ‘선생님’이라고 한다. 또 순경과 총경 등을 아울러 우리는 ‘경찰’이라고 한다.

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단(段)이 없어 연수를 받지 않고 오로지 경영만 하는 관장을 제외하곤 태권도를 가르치는 사람들은 모두 ‘사범’이다. 또 경영과 지도를 병행한다고 해도 수련생 앞에서는 관장보다 사범으로 불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록 도장과 사범이 일본 무도에서 비롯된 것일지라도, “도장(체육관)을 개관했으니 앞으로 사범이 아닌  관장이라고 불러 달라”고 하는 해프닝은 없었으면 한다. 사범은 관장의 하위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70대 태권도 원로가 50대 제자를 향해 “사범”이라고 부르고, 그 제자가 스승인 원로를 향해 “예, 사범님!”이라고 대답하는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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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1. 저희아이들이 저에게 사범님 하면 주변 관장님들이 애들을 혼냈었습니다 왜 관장님한테 사범님이라고 하냐고…
    하지만 저는 여전히 사범 입니다

  2. 미국 해외 인턴을 갔다 왔었는데 거기서는 관장님이라고 호칭 하지않고 서로 사범님이라고 해서 관장님인데 왜 사범님이라고 하지? 라고 생각 한 적이 있다. 나도 모르게 사범이 관장의 하위 개념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 어렸을 때 부터 그런 모습을 보면서 훈련했기에 그렇게 생각 했던 것 같다. 또 일부 관장님들은 운동하는 시간에 전혀 들어와보지도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관장이라고 부르는 것을 특별히 선호하고 사범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은 태권도를 가르치기 위해 도장을 차린 것이 아니라 그냥 태권도 관장이라는 타이틀만 얻기 위해서 태권도장을 차리는 것이 아닐까? 나도 이 기사를 보기 전까지는 관장과 사범이란 호칭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이 기사를 보고 나니 나도 관장보다 사범이 하위개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쉬운 현실이지만 이미 관장과 사범이라는 개념이 너무 크게 자리잡고 있어서 쉽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 같아 안타깝다.

  3. 관장, 사범의 개념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체육관을 대표하는 사람, 그밑에서 일을 하는 사람 모두 사범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있었으면 좋겠다. 관장, 사범의 개념과는 별개로 요즘 지도자들 모두의 존경심이 사라지고 있는것 같다. 지도자들은 아이들에게 더이상 존경해야 할 사람이 아닌 그냥 놀아주는사람, 데리러오고 데려다주는 사람, 같이 장난필 수 있는 친구가 되고있다는 현실이 정말 가슴아픈일이 아닐 수 없다.

  4. 어릴 때부터 태권도를 해오면서 항상 관장님은 사범님을 고용하는 사람이므로 높은 위치(경제적, 사회적)에 있다고 자연스럽게 습득했고 지금도 이 글을 읽지 않았다면 사범이 관장의 하위라도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태권도를 배우는 도장이 체육관이라고 불리며 태권도가 추구하는 무도적인 요소와 정신적 신체적 단련 요소를 채워준다고 하기 어려워졌고 이 과정에서 기사에서 얘기한 것처럼 관장의 의미란 그 도장을 경영하는 사람, 최고 책임자라고 설명할 수 있고 사범은 태권도를 교육하는 사람, 심신의 단련과 무도적인 요소를 가르치는 사람, 수련생들에게 예와 모범을 보이고 수련생들을 통솔할 수 있는 사람을 칭한다. 그래도 요즘 여러 도장에서 관장을 사범으로 바꿔 부르는 곳이 생겨나고 또 바꾸려고 하는 곳이 생겨나는 추세여서 올바른 태권도 개념이 퍼져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은 것 같다.

  5. 많은 사람들이 어릴 적 태권도장을 다닐 때부터 사범보다는 관장이 지위가 더 높다는 개념이 심어져있어 아직까지도 그 의미에 대해 제대로 인지를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학부모들에게도 관장은 총책임자 즉 우두머리, 사범은 직원, 즉 보조자라고 선입관처럼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외국에서는 태권도장을 맡고 있는 지도자라 하더라도 관장이라는 명칭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지도자 관장의 명칭도 master 지도자 사범의 명칭도 master 즉 모두 ‘사범’으로 통용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늘어난 ‘체육관’이라는 명칭을 상용하는 태권도장들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태권도 체육관을 태권도장으로 통일한다면 관장이라는 명칭의 상용도 자연스럽게 퇴색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범은 스승 사 자에 모범 범 자를 써서 모범을 보여 수련생을 지도하는 스승을 의미하고, 관장은 말 그대로 그 관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사범은 가르치는 일이 본분이고 관장은 운영, 경영하는 일이 본분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 의미를 그대로 받아들여 사범과 관장 사이에 바람직하지 못한 명칭의 쓰임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고, 모든 현 지도자 사범님들께서는 ’사범’의 의미와 위치에 대한 사명감을 좀 더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전 세계 모든 태권도 사범님들 화이팅 입니다 🙂

  6. 현실은 사범이라고 하면 학부모님들이 일꾼인지 알고 우습게 여기죠~~관장이라고 해야 주인인줄 알고 조금은 어려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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