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세계화가 이뤄지던 1960년대, 태권도는 일본 가라테(空手道)의 아류로 인식되어 ‘코리안 가라테(Korean Karate)’로 불렸다.

태권도보다 먼저 세계에 진출한 가라테는 미주와 유럽, 중남미에서 견고하게 자리를 잡고 텃세를 부렸다.

1969년 멕시코에 정착한 문대원 사범은 “당시 멕시코도 미국처럼 가라테가 대세였다. 태권도가 가라테의 아류라고 주장하는 일본 사범과 대련을 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1972년 국기원이 건립되고, 이듬해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창설되면서 태권도 중흥과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졌지만 태권도는 여전히 ‘가라테 아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태권도는 미주와 유럽에서 가라테연맹의 한 분과로 분류되어 한인 사범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코리안 가라테’ 혹은 ‘코리안 스타일 가라테 도장’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해외에서 태권도를 보급하던 한인 사범들의 애환이자 고충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태권도의 동작과 기술, 수련체계 등이 가라테와 별 차이가 없는데다 서구인들게 익숙하지 않은 ‘태권도’ 명칭보다는 ‘코리안 가라테’를 현실적으로 수용한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

대한태권도협회가 1972년 발표한 해외 태권도 현황을 보면, 37개국 7백여 명의 한인 사범 중 미국에서 302명의 사범이 활동했다. 1971년 12월 3일자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욕과 워싱톤 등 주요 도시에서 태권도를 배운 인구는 30만 명이 넘었다.

하지만 1970년대 초, 미주에서 가라테는 태권도를 압도했다. 1972년 가라테협회가 미국체육회에 가입하면서 태권도의 입지가 더 줄어들어 ‘코리안 가라테’로 굳혀지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 민경호 박사다. 그는 유도가 레슬링협회의 산하 조직에 있다가 독립하는 과정을 보면서, 태권도의 독자적인 길을 모색했다.

이윽고 1974년 태권도가 미국체육회에 가입하면서 가라테와는 별개의 스포츠이자 무술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1975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활동하던 정대웅 사범은 미국 무술 시장에 대해 “이소룡 붐을 타고 쿵푸를 근간으로 한 중국스타일이 유행했으나 동양스타일의 무술 22개 종목 가운데 태권도의 인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1980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세계태권도연맹이 정식 단체로 승인을 받고, 88 서울올림픽에서 태권도가 시범종목으로 치러진다. 그래도 해외 곳곳에는 태권도를 ‘코리안 가라테’로 인식하는 풍조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김운용 전 WTF 총재의 스포츠 외교와 5대양 6대주에서 묵묵히 태권도를 보급한 한인 사범들의 열정으로 1994년 9월 4일 IOC 총회에서 태권도가 하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태권도는 ‘코리안 가라테’의 딱지를 완전히 떼어낼 수 있게 됐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는 2009년 “지난해 지중해 게임에 가라테가 종목으로 들어갔을 때 이탈리아 언론이 가라테를 ‘재패니즈 태권도(Japanese Taekwondo)’라 불러 감회가 남달랐다”고 했다.

이처럼 이제는 일본 가라테를 ‘재패니즈 태권도’라고 칭하기도 한다. 2016년 멕시코의 한 광장에서 한 시민에게 “가라테를 아느냐”고 묻자 “재패니즈 태권도 말인가요?”라고 했다.

짧은 시간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태권도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미국 공립학교는 태권도를 정규과목으로 채택해 매주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현실에 안주할 순 없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태권도는 가라테와 진검승부를 벌어야 하고, 판정의 공정성과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만들어 올림픽 핵심종목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또 태권도의 질적 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심사제도를 개선해야 하고, 각 연령층에 맞는 수련용 품새를 개발하는데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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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1. 코리안 카라테 실제로도 들어봤고 미국에 잠시 갔을 때 운영은 되지 않고 있었지만 간판이 걸려있는 것을 보면서 참 의문점이 들곤 했었습니다. 그때에도 지인을 통해 과거 미국을 비롯한 해외로 진출했던 태권도 선배님들의 고생과 피나는 노력을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기사로 접하게 되니 더욱 느낌이 새롭습니다.
    과거 선배님들의 고생이 헛되지 않도록 태권도인으로써 또, 후배로써 태권도의 긍지를 발전시키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2. 태권도역사에 남을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태권도를 가지고 일본사람들은 한국형 가라테를 보여주고 있다고들 많이 했다. 하지만 예전 태권도인 들이 그걸 극복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해왔고 그래서 지금의 태권도가 존재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선배님들이 노력을 해서 한국 태권도가 만들어졌고 그 노력을 현재 태권도인 들은 알고 더 많이 다른 나라에 태권도를 널리 알리는데 이바지 했으면 좋겠다.

  3. 우리나라 태권도가 일본의 가라테의 영향을 받아 한동안 태권도라 불리지 못하고 ‘코리안 가라테’라고 불렸었다고 한다. 나 또한 미국 인턴쉽 프로그램을 나갔었을 때 ‘태권도’가 아닌 ‘코리아가라테’라고 쓰여져 있는 간판을 보고서는 ‘왜 저렇게 써놨지?’라는 의문점이 들었었는데 이 기사를 보니 우리 태권도가 일본의 가라테 영향으로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이해가 간다.
    우리나라 태권도를 알리기 위해 일찍이 해외에 진출한 분들과 김운용 전 WTF총재님의 노력끝에 지금 우리 태권도가 해외에 더 좋은 인식으로 자리매김하여 점차 성장해 나가는 모습에 태권도인으로서 기쁘다. 이제는 가라데가 ‘재패니즈 태권도’라고 불리게 되면서 그동안의 태권도가 다른이름으로 불려왔던 수치심을 떨궈내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젠 우리나라태권도가 전세계에서 알아주는 만큼 더 좋은 스포츠로 자리매김해 더 발전해 나아갔으면 좋겠다.

  4. 일본의 가라테의 영향으로 인해 옛날에는 태권도라는 이름보다는 코리안가라테라는 이름으로 불려오고 이로 인해 더욱 발전하지 못했던것같습니다.미국 인턴 사범을 나갔을때 처음오시는 부모님이나 어린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태권도라는 말을 하면서 운동을 하는데도 가라테학원이라고 부르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태권도라는 정확한 명칭을 알려주었습니다. 우리나라 태권도가 지금은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인해 가라테가 재패니즈 태권도라고 불릴만큼 많이 발전하고 대중화 되었다고 생각하니 후련합니다. 앞으로 태권도가 더욱 발전되기 위해서는 태권도 겨루기에 보완해야할 점, 고쳐야 할 점들을 고쳐서 태권도의 품새도 함께 발전시켜 태권도를 더욱 대중화시키고 세계적인 스포츠가 되도록 저희가 잘 배워 나가 사회의 일원이 되어 태권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 태권도를 태권도라 부르지 못하는 과거의 슬픔을 보고 나라가 강해야 우리의 문화,역사들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리아 카라테가 되기 위해 수 많은 사범님들이 고생하시고 피땀눈물을 흘리며 태권도 하면 한국이고 전통무도라는걸 널리 알리게 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태권도를 좀 더 알리며 체계적이며 태권도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재밌고 흥미가 생기게 하는 무도이며 스포츠가 되어 올림픽 정식 종목의 유지가 쭉~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6. 한국인으로서 태권도의 위상이 일본의 가라테를 뛰어넘어가는 것을 보며 매우 뿌듯합니다. 태권도를 알리고자 묵묵히 해외 방방곡곡에서 활동하시는 사범님들도 존경합니다. 태권도의 역사가 비록 일본의 가라테보다 짧고 영향을 받았을지언정 현재의 태권도는 한국 고유의 무술로 태권도만의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세계인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고 배우고 싶게끔 만드는 무술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내 태권도장에서는 여러가지 운영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많지만 결국 이것을 계기로 태권도를 더 발전시키고 해외에서도 태권도를 배우고자 한국을 더더 찾아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 또한 이러한 기사를 보면서 태권도를 태권도답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7. 우리나라의 태권도가 코리안 가라테라고 불렸었기 때문에 태권도의 발전이 더욱 더뎠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이유 하나만으로 발전이 더뎠다고 하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중의 핵심 이유가 이러한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나라가 약했기 때문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나라가 약해서 그 나라에 무었이 있는지 몰랐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까지 알려지기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저희도 미국의 야구, 영국의 축구 등 강대국이 종주국인 종목들은 대부분이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프리카, 남미 등 강대국이지 않은 나라들의 종목은 대부분이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지고 많은 종목, 많은 스포츠를 경험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태권도를 미국에 보급하기위해 그동안에 고생하셨던 저희의 선배님들의 고생에 존경과 감사의 표시를 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알지조차 못하는 나라에가서 많은 핍박과 차별을 당하면서도 굴하지’taekwondo’를 널리 알리시고 현재 태권도의 위상이 여기까지 온데에는 그분들의 노력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태권도는 남녀노소 누구나 다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종목이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겨루기의 문제점, 품새의 문제점을 단단히 보완해 나가 세계 곳곳에 대중화를 시켜 현재 축구,야구,농구와 같은 세계적인 종목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8. 태권도가 가라테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는 부정할 수 없는게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인가를 창조해내고 개발하는데 있어서는 영향을 주는 매게체가 있기 때문입니다. 태권도가 생기는 게 영향을 준 매게체가 일본의 가라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창조물이 생기고 나서는 영향을 받았던 틀에서 벗어나 독창성을 가져야 더욱 발전할 수 있는것이 사실입니다. 과거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태권도를 코리안 가라테라고 칭했지만, 그만큼 이 틀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태권도인들이 끊임없이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하고, 그에 따라 세계적인 태권도 단체들이 설립되고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이 될 수 있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현재 태권도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도자들은 수련생들에게 일본의 가라테와 전혀 다른 태권도의 본질성을 바탕으로 수련생들이 수련을 할 수 있게끔 노력을 해야하고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9. 이 글을 읽고 보니 지금 태권도라고 당당히 국내에서나 해외에서 말 할 수 있는게 얼마나 기쁜일인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만약 태권도가 흥행에 실패하고 올림픽정식 종목에도 실패하면서 계속 가라테에 뒤처졌다면 지금까지도 코리아 가라테라고 불렸을거라고 생각하니 아찔합니다. 그러니 마지막에 쓴 글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판정의 공정성과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만들어 올림픽 핵심종목을 계속 유지하면서 질적 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심사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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