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0회 세계품새선수권대회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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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기철
“아시안게임 품새 정식종목 채택을 계기로 KTA는 품새 세계화 흐름에 발맞추어 국내 경기방식과 채점규정을 적극 제고해야 한다. WTF와 KTA의 상이한 기술규정으로 인하여 더 이상 한국선수들이 불이익과 극심한 고통을 겪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대표팀 선발방식과 관리운영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깊은 논의와 함께 제도적 지원체계를 하루속히 수립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14년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품새선수권대회에 한국대표팀 코치로 참가하였을 때는 다른 참가국들의 전력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태에서 우리 선수들의 경기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어 대회의 전반적인 흐름과 각국 지도자들과의 교류를 통한 정보 수집을 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이번에 2년 만에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는 이규현 단장님의 배려와 고비원주 태권도 회원들의 성원에 힘입어 한국대표팀을 응원하면서 각국의 전력파악과 함께 운영실태 등을 알아보고 현장에서 각국 지도자들과 대화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 개인자격으로 선수단에 합류하였고 10일간의 모든 일정을 함께 소화하였다.

한국품새대표선수단은 지난 9월 7일 국가대표선발전 이후 9월 18일(일)~23일(금)까지 완주군에서 6일간의 짧은 합동훈련을 마치고 출정식을 가진 후 25일(일) KE0029편으로 아침 9시20분에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남미 페루의 수도 리마로 출국하였다.

페루 현지에 도착한 다음날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품새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는 반가운 뉴스와 함께 2019년 팬암게임에도 품새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품새가 가라테와 우슈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2024년 올림픽에 채택될 가능성이 있을까라는 기대감과 함께 향후 품새대회의 발전방향을 가늠해 보았다.

리마는 우리나라와 -14시간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현지시간 26일(월) 새벽 3시에 지구 반대쪽에 도착한 선수단은 휴스턴공항에서 8시간을 대기하는 등 장거리 여행에도 불구하고 시차적응도 안된 상태에서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컨디션 조절을 위하여 오전부터 훈련에 돌입하였다.

D-1, 28() 오전 10시 연습장에 도착해 보니 이미 미국, 터키, 멕시코를 비롯하여 각국 선수단들이 먼저 훈련하고 있었고 연습장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각국별로 배정된 연습시간은 지켜지지 않아 혼잡한 상태여서 부득이하에 한국선수단은 페루협회의 도움을 받아 연습장 옆 건물 2층을 사용하였다. 페루 대표팀을 맡고 있는 장세훈, 박문혁 코치 그리고 코이카 파견요원들의 헌신적인 지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 글을 빌어서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오후 2시에 대표자회의가 있었다. 막상 대표자회가 열리는 웨스틴호텔에 도착해보니 준비상황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아 불안한 느낌이 밀려왔다, 지난 20여 년간 수많은 대회에 참가하다보니 지도자로서 감(感이)라는 것이 생기는 것 같다. 장소는 비좁고 준비된 유인물도 없이 책상도 비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참가국 지도자들의 지적과 불만이 높아져가기 시작하였다. 발표된 경기일정은 중복되거나 누락된 것이 많았고 품새 추첨과정이 늦어지면서 결국 5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끝났다. 숙소에 돌아와 배포자료를 검토하고 정리하고 나니 밤 11시를 훌쩍 넘겼다.

WTF 품새 채점방식과 기술지침은 변한 것이 없었으나 예상했던 대로 KTA 방식으로 선발한 우리 선수들이 WTF 경기규칙에 맞추어 경기를 잘 풀어갈 수 있을지 걱정에 선수, 임원 모두가 잠 못드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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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10회 세계품새선수권대회에 참가한 한국대표팀

D-day, 29() 마침내 세계선수권대회의 첫날 아침이 밝았다. 아침 일찍 경기장에 도착하여 응원막을 설치하고 관중석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2시간 남짓 눈을 붙이고 새벽 5시에 기상하여 6시에 진장환 코치님과 함께 택시를 타고 먼저 경기장으로 출발하였다. 경기가 열리는 국립스포츠 빌리지 비데나 경기장에 도착하니 다행이도 페루 주니어 여자선수가 코리아팀복을 보고는 수줍은 미소로 맞이하면서 출입구를 알려주어서 손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55개국 760여명이 출전하여 역대 최대 참가규모로 열리는 대회에 간이접이식 관중석은 너무 비좁고 불편해 보인다. 만약 대규모 응원인원이 한꺼번에 몰린다면 안전상의 문제도 염려되는 상황이었다.

오전 7시가 넘으면서 각국 선수단들이 경기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연습하는 모습을 보니 지난 세계대회 이후 불과 2년 사이에 외국선수들의 기량은 놀랍도록 발전하였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특히 주최국 페루를 비롯하여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한 미국, 터키, 멕시코, 캐나다, 이란 등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도 10회 연속 종합우승을 목표로 하는 한국대표팀을 위협하기에 충분하였다.

이번 대회는 공인품새 28종목과 자유품새 8종목 총 36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첫날 경기결과 한국은 공인품새에서 4종목에 출전하여 카뎃 여자부 개인전과 -30 페어전에서 금메달 2개와 카뎃 남자부 개인전과 -60 남자 개인전에서 동메달 2개를 획득하였고 터키는 공인품새와 자유품새 부문에서 고루 활약하면서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로 한국을 턱밑까지 추격하였다.

D+1days, 30() 대회 둘째날이 시작되면서 우려했던 일들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40 개인전 여자부에 출전한 이해진 선수가 이 부문 우승자인 이란 아투사 파라하만드 파르사(Atousa Farahmand PARSA)와 32강 예선 첫 경기에서 맞붙어 패하여 메달 획득에 실패하면서 세계대회 첫 출전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이어서 세계대회 통산 9회 우승을 바라보던 -60 개인전 여자부 서영애 선수가 준결승 경기 중 무릎인대 부상으로 결승진출에 실패하면서 +30 여자단체전도 출전을 포기하는 비상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다행히 -17 페어전에 출전한 김지원, 김다솔 선수가 금메달을 -50 개인전 남자부에 출전한 이진한 선수가 월등한 실력으로 금메달을 획득하였으나 -40 개인전 남자부에 출전한 김도경 선수가 준결승 2경기 평원품새 몸돌아옆차기에서 실수를 하여 월등한 실력을 증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결승문턱을 넘지 못하였다.

한국팀은 6개의 금메달이 걸린 이날 +30 남자 단체전 결선경기에서도 5위에 머물게 되면서 금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를 획득하였고 이날 자유품새(프리스타일)에서 두각을 나타낸 미국이 금 3, 은2, 동 3으로 총 메달 수에서는 한국을 앞질러 나가기 시작했다.

한편 이날 경기는 밤 10시가 넘어서야 경기를 끝났고 피로는 더욱 극심해 지면서 선수들의 경기력 유지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멕시코대회 때는 해발 1,800m가 넘는 고지대임에도 불구하고 팀 닥터가 동참하지 못하여 여러 가지 애로사항들이 많았었는데 다행이 이번 대회에 팀 닥터로 참여한 남택민(본브릿지병원) 선생의 물리치료와 테이핑은 선수들의 부상방지에 큰 도움을 주었고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한편 한국팀 코치진들은 경기장이 떠나갈 듯, 무너질 듯한 각국의 격렬한 응원 속에서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강한 정신력을 유지하고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경기일정의 특성상 선수가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앞으로는 심리코치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

D+2days, 101() 대회 셋째 날은 시작은 최상이었으나 결과는 최악의 날이었다. 32강부터는 모든 경기가 토너먼트 원 바이 원 방식으로 진행된 개인전 경기에서 +65 개인전 남자부 박광일 선수와 프랑스의 이문호 선수가 16강 첫 경기에서 만나는 빅 매치가 성사되었다. 그러나 첫 경기에서 신승을 거두고 8강에 진출한 박광일 선수는 컨디션 조절과 금강품새 학다리 금강막기에서 균형유지에 실패하면서 결국 영국선수에게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였다. 지난 제6회 블라디보스톡 세계대회의 은메달 이후 절치부심 세계 챔피언을 위한 꿈이 좌절되는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한편 -50 개인전 여자부에 출전한 김연부 선수는 32강 첫경기에서 세계선수권 10회 출전의 관록을 자랑하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지던 대만선수에게 깔끔한 경기운영으로 승리한 후 자신감을 보이며 탄력을 받아 16강을 무난히 통과하고 우수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8강전에서 급격한 컨디션 난조를 보여 준결승 진출에 실패하면서 세계대회 첫 출전에서 노메달의 비운을 겪어야만 했다.

한편 예선부터 흔들림 없는 완벽한 실력으로 결선에 오른 박광호는 중국선수를 월등한 기량으로 누르고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지난 멕시코 대회에서 -30 개인전 남자부에서 우승하며 MVP상을 받은 박광호는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선수로 우뚝서면서 향후 2018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에 자유품새 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로써 대회 셋째 날까지 한국팀은 금메달 5개, 동메달 4개로 선두를 지켰으나 자유품새 뿐만 아니라 품새 전 종목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이 금 4, 은 2, 동 5개로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어서 터키(금 3, 은 2, 동 4)와 캐나다(금 3, 은 2, 동 4), 이란(금 2, 은 3, 동 6), 필리핀(금 2, 동 4)이 무서운 기세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한국팀은 마지막 날 5개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기량이 워낙 출중해서 종합우승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는 있으나 늘 변수가 작용하는 경기장이라서 절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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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닥터가 서영애 선수를 치료하자 이규현 단장이 격려하고 있다.

D+3days, 102() 대회 사흘째, 마지막 날 결전의 시간이 다가왔다. 숫적 열세를 극복하면서 응원까지 펼쳐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이규현 단장님과 윤여경 감독님을 비롯 코치진과 선수들은 필승의 결의를 다지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캐나다팀과 미국팀의 지도자가 한국인이어서 공동응원을 제안했고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경기장의 열기는 더욱 뜨겁게 달구어졌다.

한국팀은 -65 개인전 남자부의 김희도 선수를 필두로 -17 개인전 남자부 김지원이 금메달을 획득하고 카뎃 페어전에서 김유하와 윤제욱이 월등한 기량으로 금메달을 보태며 최선을 다하였지만 -17 개인전 여자부에서 김다솔이 결승전에서 대만선수에게 아깝게 패하였고 아킬레스부상을 딛고 출전하여 -30 개인전 여자부에 출전한 곽여원 선수가 8강전에서 주최국 페루선수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면서 총 금8, 은1, 동4 성적으로 종합우승을 확정지었다.

당초 금메달 10개를 목표로 출전한 한국대표팀은 세계 품새실력의 평준화를 뼈저리게 실감하였다. 공인품새와 자유품새에서 고른 성적을 거둔 터키(금 5, 은 4, 동 7개)가 준우승, 미국(금 4, 은 5, 동 11개)이 3위를 차지하였다. 이들 국가는 총 메달 수에서는 한국을 월등히 앞서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팬암지역의 멕시코, 캐나다, 페루 등은 품새 신흥강국으로 위치를 굳혔다. 한편 아시아 국가들이 선전한 반면 아프리카와 유럽은 터키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여 향후 올림픽 진입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대표팀은 불과 한 달 안에 대표선발전, 합동훈련, 세계선수권대회 참가 등의 힘겨운 일정을 소화해내면서 매일 수많은 난관에 봉착하였고 극복해야만 했다. 그때마다 트레이너, 코치를 비롯한 임원진들의 헌신적인 희생과 노력이 뒤따랐다.

단장님과 감독님은 전 경기일정을 끝까지 진두지휘하며 혼신의 힘을 다하였고 협회임원 자격으로 참여한 장정희 부의장의 헌신적인 응원과 함께 선수단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장명수 경기위원장의 오랜 현장경험에 의한 대처능력이 빛을 발휘하였다.

WTF는 향후 세계품새선수권에도 겨루기와 마찬가지로 랭킹제를 도입하고 시드배정을 하는 등 더욱 발전적인 품새경기를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품새 정식종목 채택을 계기로 이제 KTA는 품새 세계화 흐름에 발맞추어 국내 경기방식과 채점규정을 적극 제고해야 한다. WTF와 KTA의 상이한 기술규정으로 인하여 더 이상 한국선수들이 불이익과 극심한 고통을 겪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대표팀 선발방식과 관리운영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논의와 함께 제도적 지원체계를 하루속히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세계대회 참가를 계기로 보다 폭넓은 시각으로 대회를 전반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지난 열흘간 강행군이었지만 정말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 이런 소중한 경험을 되살려 앞으로 품새가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 기 철

현) 고비원주태권도 회장

현) 아시아태권도연맹 품새교육훈련개발분과 부위원장

현) 아시아태권도연맹 새품새 ‘나래’ 모델, 교재, 영상 촬영

전) ‘2014 제9회 멕시코 세계품새선수권대회 한국팀 코치 & 월드베스트 코치상 수상

전) 대한태권도협회 품새교육분과 부위원장, 경기력향상위원회 품새위원

전) 국기원 교육분과 부위원장

전) 한국초등학교태권도연맹 품새경기분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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