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선수
– 인성과 기량을 두루 갖춘 모습에 박수를 보내며

상서롭지 못한 예감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8월 19일 아침,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이대훈 선수가 8강에서 탈락했네요. 남자 68kg급 8강에서 요르단 선수에게 예상치 못한 패배를 했다는 기사는 멍한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솔직히 말해, 이대훈 선수가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할 것으로 봤습니다. 태권도 경기 전문가들은 이 선수가 4년 전 런던올림픽의 아픔을 털어내고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예견했지만, 내 생각은 좀 달랐어요.

이대훈 선수
이대훈 선수

평소 이대훈 선수의 마음가짐과 성실한 훈련 과정, 그리고 경기력을 보면 당연히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손색이 없었지만, 7월 하순 리우로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에도 금메달과 인연이 없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상서롭지 못한 예감은 현실이 됐고, 나의 불온(?)한 생각이 이 선수에게 불운을 가져다주지 않았는지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은메달에 그친 후 고개를 떨궈야 했던 이 선수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그 때보다 못한 악몽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선수가 8강에서 패한 후 보여준 ‘특급 매너’는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수월한 상대로 여겨졌던 요르단 선수에게 일격을 당해 4년 동안 절치부심했던 금메달의 꿈이 산산이 무너졌는데, 이 선수는 환한 표정으로 패배를 순순히 받아들이더군요.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실천하고 스포츠맨십을 보여줬습니다. 또 태권도의 품격도 드높인 본보기라고 봅니다.

이 선수는 경기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경기를 하면서 승자가 나타났을 때 패자가 인정을 못 하면 승자도 기쁨이 줄어든다. 그래서 패자가 인정을 하면 승자도 더 편하게 다음 경기를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승자를 향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 씀씀이가 통했던 걸까요. 요르단 선수가 결승에 진출해 패자부활전 기회를 얻은 이 선수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계랭킹 1위 자우드 아찹(벨기에)을 11-7로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값진 메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동메달 결정전도 감동적인 승부였습니다. 3회 전 중반, 다리를 다쳐 절룩거리면서도 거푸 얼굴 공격을 성공시킨 장면은 ‘역시, 이대훈!’이라는 감탄사를 나오게 했습니다. 경기 후 이 선수는 “비록 8강에서 졌지만 소중한 기회가 찾아와 최선을 다했다. 이번 동메달은 금메달만큼 값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참으로 멋진 말입니다.

이로써 이 선수는 2012년 런던올림픽 58㎏급 은메달에 이어 이번 리우올림픽 68㎏급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한국 태권도 역사상 처음으로 2회 연속 두 체급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진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이 선수는 24세입니다. 지금처럼 체력관리를 잘하면서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4년 후 열리는 도쿄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에 다시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4년 후 또 금메달을 따지 못하더라고 지금처럼 “경기에서 졌다고 인생이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하겠지요.

나는 이 선수가 태권도의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담백하게 우리의 자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한국 태권도의 간판 선수로서,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2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나에게 말했던 것처럼 열심히 공부해서 꼭 훌륭한 교수가 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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