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정책 실행과 현장 적용(활용)실패 
태권도계 ‘관행 답습’ 배타성 벗어나야

2014년 12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국기원태권도연구소가 주최한 ‘연구결과 발표회’가 열렸다.

태권도 관련 학과 교수와 연구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행사는 2014년 한 해 동안 국기원연구소가 추진한 연구 사업의 성과를 설명하고, 연구를 통해 얻은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또 토론을 통해 연구 분야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고, 앞으로 진행할 연구사업의 방향을 설정하는 취지도 담고 있었다.

하지만 국기원을 비롯한 태권도 제도권이 추진한 연구 사업은 연구 결과는 있으되 정책 실행력이 떨어지는 ‘캐비닛(cabinet) 연구’가 수두룩하다.

‘캐비닛(cabinet) 연구’는 정책 실행력 결여로 연구사업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일선 현장에서 적용·활용하지 않는 연구물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수천, 수억 원을 투자해 진행한 연구 결과는 있지만 현장성이 떨어져 상자에 보관하고 있는 ‘무용지물 연구물’을 뜻한다.

대표적인 ‘캐비닛 연구물’로 비판받고 있는 것은 △심사 예식 및 심사 표준 모델 개발(2009-2010년) △태권도 그랜드 마스터즈 초청 기념사업 : 태권도 9개관 역사자료집(2015년) △태권도 승품·단 심사운영 메뉴얼 △태권도 관람형 경기 개발(2018년) △국기원 태권도 도복 디자인 보고회(2018년) △심사제도 총합 연구개발 기본계획(2018년) △성인 유급자·유단자 품새 개발(2017∼2019년) 등이다.

2010년 국기원에서 ‘태권도 예식(禮式) 개발 연구(시행규칙)’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 심사 예식 및 심사 표준 모델 개발

태권도 질적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인 심사제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1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국기원은 2007년 2월, 승단(품) 심사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심사 예식 및 심사 표준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후 이 사업은 2009년부터 ‘태권도 예식(禮式) 개발 연구(시행규칙)’으로 확대되어 심사 예식의 내용을 명료화하고, 심사 절차를 표준화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국기원연구소를 중심으로 예식 및 예절 전문가 8인과 자문위원을 선정해 수개월 동안 연구를 했다.

그리고 2010년 예식 연구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하고 의견을 수렴한 후 수정·보완작업을 거쳐 그 결과물을 국기원 심사사업과에 넘겼다. 당시 심사사업과는 “독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논의하는 자리를 곧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결국 이 사업은 흐지부지됐다.

◇ 심사 관련 제도 개선 연구 개발

2017년 9월, 국기원 태권도 심사장에서 대한태권도협회가 개발한 승품·단 심사운영 메뉴얼 2차 시험 적용을 했다.

당시 한 연구원은 “심사운영매뉴얼을 표준화해서 응심자와 학부모, 지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품격있는 심사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표준화가 된 심사운영매뉴얼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태권도장 수련 교육문화를 바꾸고, 품·단증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한태권도협회 실무자는 “국기원 심사 내용을 토대로 심사운영 매뉴얼을 만든 것이다. 앞으로 전산개발을 보완해 내년부터 전국에 권장할 예정이다. 우선 관리단체인 서울시협회 심사부터 반영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국기원연구소는 2018년 봄, ‘심사제도 총합 연구개발 기본계획(온라인·오프라인)’을 추진했다. 이번 연구는 △오프라인 심사규정 및 규칙 개정 △온라인(사이버) 심사규정 및 규칙 개발 △심사운영매뉴얼 표준화 개발 △전자운영시스템 구축 등 4가지 분야에서 진행됐다.

당시 국기원연구소 실무자는 “각 분야별로 회의한 내용과 방향을 가지고 한 달에 한 번씩 전체회의를 할 예정”이라며 “그동안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한 후 연말에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그 해 12월 열린 심사제도 총합 연구개발 공청회(최종 보고)는 △겨루기·품새 심사 전산화 시스템 △온라인 심사 시스템 구축 매뉴얼 △심사장 전산화 구축 매뉴얼 △심사규정 및 규칙 개정(안) △저단자·고단자 승단심사 평가방법 및 기준 등을 발표하고 사업을 종결했다.

이 연구가 현장에서 적용될지는 불투명하다.

◇ 장애인 태권도 품새 개발

2017년 7월,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주최하고 국기원이 주관한 ‘장애인 태권도 품새개발 중간보고회’가 국기원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지체(상지·하지), 시각, 지적장애인에 적합하도록 변용한 유급자 및 유단자 품새와 공방 품새를 시연했다. 공방 품새를 개발한 것은 유사 경쟁 종목인 가라테 가타와 우슈 투로에 있는 공방에 맞서 이번에 포함시켰다.

국기원은 이 사업의 추진 배경에 대해 “2020 도쿄장애인올림픽에 태권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됨에 따라 장애인 태권도 활성화가 기대된다”면서 “상지장애인을 위한 겨루기뿐만 아니라 하지장애인, 시각장애인, 지적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세부종목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품새개발 사업은 완전히 새로운 품새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을 위해 개발된 국기원 공인 품새를 장애 유형별로 적용할 수 있도록 재창조 과정을 통해 장애 유형별 수련이 가능한 품새를 개발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장애인 품새는 그 해 하순 개발을 완료한다고 했지만, 현장에선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7년 9월, 품새개발위원장이 성인 유급자 품새 개발 세부 원칙을 설명하고 있다.
◇ 성인 유급자·유단자 품새 개발

2017년 9월, 국기원태권도연구소는 ‘성인 유급자 품새 개발 공청회’를 열고 성인 유급자 품새 개발 배경과 방향, 원칙 등을 설명한 후 의견을 수렴했다.

이번 품새는 기존 유급자 품새보다 태권도의 특징을 잘 살릴 수 있는 고유 기술과 기법, 연결기술을 배치해 실전성을 높이는데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겨루기와 호신술에서 사용하는 기술을 추가하고, 성인이 품새 수련에 흥미를 느끼고 건강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술을 구성했다.

그 해 11월 ‘성인 유급자 품새 새발 결과 발표회’를 갖고, 가칭 ‘태권품새’ 8종을 공개했다. 8종의 성인 유급자 품새는 난이도를 고려해 ▲1장부터 3장은 초급, ▲4장부터 6장까지는 중급, ▲7장과 8장은 고급 등 3단계로 구분했다.

당시 품새개발위원장은 품새선-동작수-발기술-손기술-닫기 등 세부 개발 원칙에 대해 “2∼30대 연령에 맞춰 성인 유급자 품새를 만들었기 때문에 실버, 즉 고령자들은 하기 힘들 것”이라며 “품새 발기술의 경우 기본 차기인 앞차기, 돌려차기, 옆차기, 뒤차기 이외에 후려차기를 넣어 다양한 차기를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 후 2019년 6월, 성인 유급자·유단자 새 품새 중간시연회가 열렸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특히 유단자 품새는 540도 돌려차기 등 기술과 동작이 너무 어렵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국기원은 “성인 품새가 태권도장에 보급된다면 태권도계의 주요 화두인 성인 태권도 수련 활성화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새로운 품새를 수용하려는 일선 태권도계의 거부감과 성인들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난이도가 너무 높다는 비판 등이 맞물리면서 태권도장 보급에 난항이 예상된다.

◇ ‘캐비닛 연구물’ 근절 방안

태권도 연구과제는 실속이 없고,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연구 결과만 있고 현장에서 적용·활용하지 않는 무용지물 연구(캐비닛 연구물)을 근절하기 위해선 연구 프로젝트 기획 단계부터 ‘정책 실행력’과 ‘현장 적용(반영)성’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태권도 제도권은 연구 과제를 추진할 때 관련 분야 연구를 해야 하는 취지와 배경을 명확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연구 결과를 현장에서 어떻게 접목하고 적용할 것인가를 깊이 있게 고민하지 않을 때도 있다. 명분과 원칙에 사로잡혀 정책의 실행력과 현장 적용을 간과하는 것이다. 또 연구 성과에 함몰된 연구자들의 엘리트주의와 우월감도 지양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일선 태권도계의 전향적인 자세로 필요하다. 기존의 습성과 가치에 갇혀 새로운 정책과 연구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관행 답습’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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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좋은 지적입니다
    많은 비용이 허비됩니다
    캐비닛 연구가 되는 것은 국기원의 의지가 부족하고 소신있는 인물들이 없고
    무책임한 직원들이 가득하다는 것입니다
    원로들은 백수로 돈 되는 알바 돈버는 일과 나이들어 할 것 없어 자리 욕심뿐입니다
    현장을 전혀 모르는 은퇴하신분들의 경로당 조직입니다
    직원들에게는 태권도 미래에 대햐 애정 없고
    도장 위기는 외면하는 사람들입니다

    한심한 일이지요

    원장 1인에게만 책임 전가하고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거나
    국장에서 총장 신분 상승하기 부장에서 국장 신분 상승하기
    직원들도 혼란한 시기가 직위 상승 기회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태권도장 관장들은 마녀사냥에 좋다고 놀아나고
    모두 썪었지요
    태권도 개혁 외치면 선동하는 사람들 거짓 선동입니다

    개혁은 작은 것부터입니다

    태권도장 관장 의식 변화, 구협회, 시도협회 개혁이 해답입니다

    국기원 원장, 대태협 회장, 시도협회 회장 바꾸자
    개소리 기득권을 찾지 하기 위한 권모술수, 정치에 태권도장 관장들은 도구일뿐입니다
    태권도장 관장이 의식이 변화지 않고 나태하게 마녀사냥에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행위를 기득권들이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팩트이고 태권도계 개혁 1번이 태권도장 관장 의식변화와 봉사입니다

  2. 그 동안 각 대학별로 많이 나누어 먹기를 했지요 ~
    그나마 대학에서 연구한 것은 젊은 사람들이 해서 참신성은 있어요. 경험 없이 만들다 보니 현실성이 떨어지는것이 문제지요 ~ 책임자 였던 연구소장이 문제 입니다.
    정말 제대로 일할사람한테 용역을 줘야 하는데 그냥 이름만 조금 알려줘 있다고 주어 버리니 -ㅠ
    새품새 개발은 엉터리, 실패의 압권이지요 ~ 이제 그분들은 물러나시고 후학들을 믿으셔야 합니다.
    염치가 먼지를 아셔야 합니다.
    질의 응답시간에 질문했다고 짜증이나 내시면서 잘 되길 바라시는지 ~
    홍상용 대표님의 유튜브를 보니 시원하더라구요 ~
    젊은 후학들을 믿고 맡겨주세요 !

  3. 캐비닛 연구란, 수천 수억원를 투자하여 연구결과가 나왔으나, 현장성이 떨어져 상자에 보관하고 있는 무용지물 연구물이다. 태권도의 대해에서 해결하고 연구해야 할 일 많은데, 연구결과가 나와도 현장에 전혀 적용하고 실천하지 않는다. 태권도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연구 결과들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우선적으로 이것이 실행이 가능한 일인가 실천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가능성을 살펴야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문제점을 알고도 기존의 방식과 가치에 얽매이지 않고 마주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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