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사범의 에티오피아 태권도 통신(6)
#샌드백, 아니 커피백의 감동과 추억

나는 에티오피아 선수들에게 태권도 전용훈련장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계획은 지인들에게 부탁을 했고, 밝히기를 싫어하는 어느 독지가의 도움으로 작지만 훌륭한 태권도 전용 훈련장 건립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 선수들은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훌륭한 태권도 시설을 가질 수 있었고, 그들이 포기했던 태권도의 삶에 다시 하고자하는 동기부여가 되기에 충분했다.

2018년 12월, 국기원에서 지원하는 태권도 용품 중 무엇이 필요할까 고민하다가 대형 샌드백을 문의했다. 그러자 담당자는 대형 샌드백은 무게가 많이 나가서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샌드백에 들어가는 내용물을 모두 빼고 보내주면 여기서 내용물을 채우겠다며 거듭 협조를 요청했다. 국기원 담당자도 선수 출신이라 대형 샌드백이 왜 필요한지 알고 있다면서 꼭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에티오피아에서 구하기 힘든 대형 샌드백을 지원받았다.

그렇게 받은 샌드백을 창고에 넣어두고 그 안에 무엇으로 채울지 3개월을 고민했다. 대개 한국은 헝겊 등으로 채우지만 에티오피아에서는 안의 내용물을 채우기가 쉽지 않았다. 길거리 아이들도 옷이 없는 형편인데, 헌옷이나 헝겊으로 샌드백 안을 채운다는 것은 너무 사치스러운 것 같아 고민을 하다가 시간만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유스스포츠아카데미로 출근하는 길에 큰 포대자루에 뭔가를 담아서 파는 길거리 상인을 발견하고 차를 세웠다. 뭔지 몰라 일단 가서 저 큰 포대 자루에 뭐가 있냐고 물었더니 커피 껍질이라고 했다. 커피 껍질? 커피 껍질은 어디에 쓰냐고 물었더니 에티오피아 주식인 인제라 만들 때 불을 피우는 것이라고 했다. 근데 내 눈에는 그 커피 껍질이 왜 샌드백 안의 내용물처럼 보였을까?

포대 자루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고 무게를 들어보니 꽤 묵직했다. 충분히 샌드백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아 가격을 물어보니 큰 포대 자루 하나에 120비르라고 했다. 한국 돈으로 5천 원 정도로 저렴했다.

그 후 일하는 기관에 복귀한 나는 작은 트럭부터 협조받아 다시 그 곳으로 갔다. 현지인 친구에게 부탁을 해서 흥정을 했다. 그런데 아까 120비르라고 했던 가격이 65비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2배나 바가지를 씌워 속상했지만 5포대를 사서 복귀했다.

김도진 사범이 선수들과 샌드백에 커피 껍질을 넣고 있다. 태권도 전용체육관에 설치한 대형 샌드백

우리 선수들은 빠른 속도로 샌드백 안에 커피껍질을 넣었다. 에티오피아는 ‘까스 까스(천천히) 문화’라 답답한 면이 있었는데, 어찌나 ‘툴루 툴루(빨리 빨리)’한 지, 선수들도 나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샌드백을 채웠다.

나도 선수들과 작업을 함께 했다. 선수들은 커피 껍질 먼지 때문에 내 옷이 더러워지고 힘들다며 쉬라고 했지만, 선수들과 무언가 같이 하고 완성해 나가는 그 순간이 정말 좋아서 힘들지 않았다.

샌드백이 완성되어 가는 것을 보더니 선수들은 자기 키보다 더 큰 샌드백이라고 웃으면서 처음 보는 대형 샌드백을 빨리 설치해서 차고 싶다고 아우성이었다. 선수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이것도 나의 행복이구나 싶었다. 커피 껍질이 가득 찬 샌드백. 아니 커피백! 우리 선수들이 발차기 훈련을 할 때마다 향긋한 커피 냄새가 체육관에 가득하다. 정말 에티오피아다운 광경이 아닌가.

다시 한 번 대형 샌드백과 태권도 용품을 보내준 국기원과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에티오피아 태권도 가족들을 대신해서 감사드린다. “아마세끄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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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어려운 환경에서 열정적으로 지도하시는 김도진 사범님 대단히 멋지십니다 한국에 계실 때도 열정적으로 하셨는데 대단히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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