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끝내 말리지도 못하지만, 차마 그러라고도 못하는

나는 26살이라는 꽤 이른 나이에 태권도장을 시작했다. 당시에 나는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도 없어서 선배를 도장 직원으로 올려놓고 경영을 했다.

박봉의 사범 월급으로 생활이 턱없이 부족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유아체육 수업을 했고 그렇게 모은 돈과 결혼 비용 중 일부를 도장 개관 비용으로 털어넣어 시작했다. 결혼 비용을 양보해준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살아가면서 꼭 갚아 나가겠다고 두 손 맞잡고 소리내어 울었던 기억이 지금도 선하다.

정말 악착같이 일하고 가르쳤다. 일례로 전화 상담한 아이와 문자상담한 아이를 구분하여 출석부에 체크하고 월말에 체크가 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만 따로 분류하여 학부모와 상담을 했다.

상점을 받은 아이와 받지 않은 아이를 엑셀로 정리하여 월별로 데이터를 분석한 뒤에 지속적으로 받지 못한 아이들을 따로 챙기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그리고 도장 업무와 더불어 유명하다는 세미나는 다 찾아 다녔다. 분기별로 도장 탐방도 다녔으며 나도 그 도장들처럼 되고 싶어 밤낮없이 뛰었다.

그러면서 내 도장 프로그램은 내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프랜차이즈 자료들을 비롯하여 무수히 많은 자료를 찾아내 감히 내 도장화 하기 위해 문서를 정리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도장에서 수련을 지도하는 시간과 지도내용을 알리기 위해 작업하는 시간이 비슷해지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착각이었지만, 내가 만들어낸 자료들을 보며 내 스스로 뿌듯해 하거나 그 자료들이 나를 성공시켜줄 것이라고 나 자신에게 복기시켰다.

하지만 나는 점점 지쳐갔다. 무작정 시작했고 운이 좋아 성장했던 도장이 순전히 내 실력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나, 그간의 자료정리를 통한 데이터 분석법을 통하여 내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무한히 성장할 수 없다는 결론 때문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분명함을 느낀 순간 더 이상 도장에 있고 싶지 않았다. 내 미래가 너무 불안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원대한 꿈을 갖고 도장에서 나왔다. 하지만 세상은 내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될 것 같았던 원대한 꿈은 현실 저 밖에나 가야 이룰 수 있었고, 회의적이었던 도장에서의 수입조차도 도장 밖에서는 만져보기조차 힘들었다.

한발짝 뒤에 있으니 더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다.
도장 지도자가 도장을 정리한 뒤 세상에 나와 실패할 확률이 더 많은 이유들, 도장 지도자들이 도장을 나오는 순간 체육계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제 3의 직업군으로 빠지게 되는 이유들, 도장을 정리한 뒤 성공한 분들보다 실패한 분들이 더 많은 이유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 전 평소 알고 지내던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형님, 저 도장 그만 둘까봐요.”
“왜? 그동안 잘 하고 있었잖아.”
“애들이 좀처럼 들어오진 않고, 유품자 비율만 늘어나서 경영이 너무 불안해요.”
“그럼 도장 정리하고 나가서 할 건 생각해 봤고?”
“아니요. 그냥 당분간은 좀 쉬면서 천천히 생각하고 싶어요.”
“도장을 정리하고 안하고는 내가 감히 말할 수는 없겠는데 당분간 쉰다는 생각으로 도장을 정리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왜요?”

지금 상황에서 제 2의 도약이 왜 불가능한지를 후배에게 이야기 해줬다. 그 후배는 심각하게 고민을 하더니 도장을 정리하지 않고 계속 운동을 지도하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그 사람이 그렇게 한 것은 내가 알지 못하는 그 어떤 것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저것 밖에 못가르치나? 라고 쉽게 말 하지만, 엄청난 고민 속에서 마음을 갈무리 하며 가르친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상황을 알면 그만큼 가르친 것도 대단한 거였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나는 그래서 도장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정리해라, 마라 라고 쉽게 말을 하며 말리지도 못하고, 끝내 그러라고도 못한다.

많은 관장님들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나와 같이 도장을 했던 동기들 여럿도 현장을 떠나 체육 이외의 직업군으로 이직을 했다. 이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쫓기듯 이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그랬듯 착각에 사로잡힌 도장 경영에서 벗어나 그 굴레를 힘겨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옆도장과의 경쟁에 힘겨워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고객관리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대한민국 태권도장이 건강해지고, 관장님들의 인생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구기완 칼럼니스트 주요 이력]
■ 태권도대나무숲 운영자
■ 브랜드발전소 등불 대표
■ 태권도장 전문 인테리어업체 몬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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