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에서 이루어지는 것들, 시기별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서로 알고 함께 진행하는 습관들을 만들어 스토리로 무장하면 도장은 살롱이 된다. 도장의 스토리를 수련생들이 기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어깨를 가까이 하고, 눈망울을 반짝이며 대화에 동참했던 내 아이들처럼 도장의 수련생들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커간다. 가끔 화도 내고 삐져서 방문을 쾅 닫고 자기 방에 들어가는 큰 딸을 보며 내 품에서 조금씩 떠나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빠와 함께 노는 시간이 줄고, 약속한 시간에 들어오지 못하는 일이 생길 정도로 친구와 노는 시간이 늘어났다. 아빠는 혼내는 시간이 늘었고, 딸은 입을 닫는 시간이 늘었다.

이제 나는 품을 떠나보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나 역시 경험해보지 못한 일인지라 가끔 내 기분이 우선이 되기도 한다. 그래놓고 미안해서 잠든 아이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이불을 덮어주고 나온다. 행여 깰까봐 사알짝 방문을 닫을 때 그 마음은 참 짠하다.

앞으로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들 아이들을 위해 우리 가족의 전통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첫 번째가 새해 첫날이 기념될 일출 산행이다.

우리는 아주 일찍 일어나 간단히 씻고 출발했다. 입구부터 시작되는 인파행렬에 놀랐다. “아빠, 사람들 엄청 많다!”

놀라기도 잠시, 인파행렬에 동참하여 산을 오르다 그 이른 새벽부터 따뜻한 차를 나눠주는 산사의 푸근함에 또다시 놀랬다.

“대체 몇시부터 준비한 걸까?”
상당히 추웠지만 따뜻한 차 한잔에 마음을 녹이고 어깨를 상당히 밀착시켰다.

산 정상에 올라서는 지구가 자전을 멈추면 어떻게 되는지, 공전을 통한 계절의 변화와 태양계의 얼음별에 대한 이야기, 매일 반복되는 일출인데 유독 새해 첫날의 일출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스토리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 근래에 이렇게 어깨를 밀착하고 가까이 선 일이 언제인가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내 이야기에 이렇게 반짝이는 눈으로 경청하고, 질문을 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하고 반성도 해본다.

지금은 할머니 댁에 와서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듣고 있다. 아침에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났어! 사람들이 엄청 많았어! 아쉽지만 일출은 못봤어, 구름이 너무 많았거든!

아직 1차원적인 생각만을 늘어놓지만 다음번에 다시 가서 꼭 일출을 보고 싶다는 말을 들으니 절반의 성공은 거두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당분간은 오늘을 잊고 지내겠지만, 올해 12월 즈음에 일출산행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낸다면 오늘을 기억해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특별함을 기억해 낼 수 있는 스토리를 도장에서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련생이 도장에 와서 운동만 하고 가는 것이 아니라 도장에 있음으로서 생기는 이야기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련생이 도장에서 느끼는 것을 경험으로 인지하고 그러한 경험들이 쌓여갈 때 도장은 마음의 안식처가 된다. 그렇게 된다면 도장은 운동공간으로 제한받지 않는다. 경험이 쌓이고, 그로 인해 마음의 변화가 생기는 순간 문화공간으로 발돋움하기 때문이다.

문화살롱! 그렇다. 도장에서 이루어지는 것들, 시기별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서로 알고 함께 진행하는 습관들을 만들어 스토리로 무장하면 도장은 살롱이 된다.

도장의 스토리를 수련생들이 기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어깨를 가까이 하고, 눈망울을 반짝이며 대화에 동참했던 내 아이들처럼 도장의 수련생들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경험을 기억하며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전파하듯이 도장의 수련생들이 기억과 추억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는 스토리의 힘을 갖게 해주어야 한다.

도장의 경영만을 위한 스토리 전파가 아니라, 진심으로 수련생 한명 한 명에게 태권도의 추억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도장에서의 연중 행사에 스토리를 덧입혀 “이때쯤 우리가 했던!” 이라는 기억을 많이 만들어 주길 바란다.

올해에는 도장을 기억으로 경영하길 바라본다. 그래서 전국의 많은 도장들이 행복한 기억으로 가득차보길 새해 첫날 소망해 본다.

[구기완 칼럼니스트 약력]
■ 태권도대나무숲 운영자
■ 브랜드발전소 등불 대표
■ 태권도장 전문 인테리어업체 몬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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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1. 자녀와 사랑과 교감을 나두듯
    도장에 스토리를 만든다면 성인이된후에도
    진정한 스승님이라 인지하고 어깨를 나란히하려
    얼굴을 비출것입니다

    멋진 칼럼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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