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완 칼럼(3)
부제 :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1988년 가을, 추석 선물로 태권도장 등록을 선물 받았다.
온가족이 모인 명절날 아버지께서 운동하실 때 입으셨던 거칠은 도복을 할머니께 물려받고 신나서 팔딱팔딱 뛰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당시 도장은 아주 간단한 운동계획표로 진행됐다. 내 기억에는 월요일에 체력운동, 화수목은 품새와 발차기, 금요일은 겨루기였던 것 같다. 매 수련부서마다 아이들로 꽉 차서 뒤에 서면 관장님이 안보일 정도였다.

나의 첫 도장은 그렇게 투박한 프로그램에 열악한 환경에서 수련을 진행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2001년 가을, 군제대와 동시에 정식으로 사범 임무를 수행했다. 당시 도장은 출석 체크하는 시간만 10분 가량 될 정도로 대형 도장이었다. 어릴적 기억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도장환경은 변해 있었다.

양발을 팔짝 뛰어 밀어내 촘촘함을 유지해야 했던 다다미 매트에서 타포린 매트로 바닥이 바뀌어 있었고, 수련계획표 역시 세분화된 카테고리를 가졌으며, 그것을 다시 유급자와 유품자로 나누어 진행했다.

담임 사범제가 유행을 했고, 전화상담을 비롯한 경영 메뉴얼과 선배 사범에게 수시때때로 지도와 경영에 대한 피드백도 받았다. 온종일 태권도만 했던 어릴적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체육과정도 많이 포함되어 운동을 보다 즐겁게 진행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단일 수련장이 대형 수련장으로, 대형 수련장이 다시 1관 유품자, 2관 유급자 수련장으로 세분화 되었다. 보다 체계적인 지도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함이었고, 이러한 전략은 경영에 꽤 잘 맞아 떨어졌다.

근래에 와서는 보다 진화하여 유치부 전용 수련장이 도장의 필수 요소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경영을 선도하는 도장의 경우 5~6세, 7세로 유치부를 더욱 세분화하기도 한다.

나는 도장의 저연령화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도장의 컨셉이 명확해 지고 있음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초등부 입회를 거부하고 오직 성인들만 입회를 허용하는 성인 도장이 늘기도 하며, 유치부를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연령별로 세분화된 시설을 마련하기도 함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사범 없이 혼자서 도장을 운영하는 1인 도장이 있는가 하면, 축구, 농구 등 스포츠를 태권도와 병행하여 운영하는 도장도 늘고 있다. 실전이라는 이름으로 타무도를 접목한 도장도 있다.

과거에는 태권도라는 공통된 이름으로 지도와 경영, 마케팅이 진행됐다면, 경쟁이 치열해진 현대에는 보다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같은 태권도라 할지라도 본인만의 태권도라는 색깔을 입힌 도장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전략을 차별화라고 했으며, 요즘에는 이를 두고 컨셉이라고 하기도 한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면 백종원이 솔루션을 제공하는 식당 사장들에게 “메뉴를 줄이라”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메뉴를 줄이되 본인이 가장 잘 하는 메뉴를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을 자꾸 만들어 주라고 한다.

자기가 가장 잘 하는 것을 더 잘 하게 하고 그것으로 고객에게 만족감을 주도록 하라. 그리고 거기서 생기는 스토리를 마케팅에 활용하게 하는 것이 백종원이 수많은 식당 사장들에게 제공하는 솔루션의 기본 골자다.

내가 가장 잘 하는 것을 더 잘 하게 하고 그것으로 홍보하는 것, 그걸 짧게 말하면 컨셉을 명확히 하라는 것이다. 줄넘기도 해야 하고, 품새도 해야 하고, 체육과 놀이도 해야 한다. 겨루기도 해야 하고, 유품자가 되면 유품자 프로그램으로 무기술도, 실전기술도, 후배지도의 리더십 프로그램도 해야 한다.

아이들은 정작 재미는 있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잘 하는 것은 없다. 본인이 잘 한다고 느껴지지 않으니 장기적인 수련으로 연결될 리도 만무하다. 하지만 관장들은 백종원에게 솔루션을 받는 식당 사장들처럼 쉽게 메뉴를 줄이지 못한다.

지속적으로 학부모가 원하는 것을 프로그램에 추가하다 보니 종목을 줄이거나 빼는 순간 학부모들의 선택에서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수련생들이 오랫동안 참여하는 도장을 보라. 아니, 선수단이 있는 도장을 보라. 그들 도장은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않다. 매우 심플한 방법으로 거의 한두 가지만으로 수련에 임한다.

우리는 과거로부터, 그리고 현재 잘 되는 도장으로부터 경영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수많은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것에서 벗어나 현재 본인이 가장 잘 하는 것으로 도장의 프로그램을 중무장 하라! 그리고 그것이 대중적인 요소인지 점검하라!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경영의 기본과 컨셉의 방향은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장의 환경과 프로그램이 변해왔다. 그리고 그것들은 실제로 경영에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그 변화와 결과가 무엇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차별화” 또는 “컨셉”은 명확히 해야 한다.

그것이 도장의 진화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며, 마케팅에 활용할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 분명하다.

[구기완 칼럼니스트 약력]
■ 태권도대나무숲 운영자
■ 브랜드발전소 등불 대표
■ 태권도장 전문 인테리어업체 몬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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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안녕하세요, 글쓴이입니다
    관심을 갖고 댓글달아주신 박상규관장님, 정준호관장님 감사합니다
    신학기의 활기찬 기운으로 도장도, 가정도 항상 활기차길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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