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완 칼럼(2)
부제 : 내가 잘하는 교육 or 고객이 원하는 교육

시대의 흐름을 타고 태권도장에서 줄넘기를 도입한 지 긴 시간이 지났다. 이젠 태권도뿐만 아니라 유사단체의 도장에서도 학교 급수 또는 키 크기를 위시하여 줄넘기 프로그램이 기본과정으로 정착되었다.

사실 급수 줄넘기는 교육부에서 성적지상주의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 고안한 방과 후 신체활동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왜 줄넘기일까?
그 이유는 인성과 배움을 전담해야 할 학교가 대입을 위한 공부기관으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학과 성적이 대표적인 줄 세우기(순서 정하기)가 되어버렸고, 운동회 달리기, 교과과정의 우수학생을 대표로 내보내는 다양한 대회 등 교육부에서 진행하는 거의 모든 것들이 줄 세우기로 결정났다.

당연히 순위에 들지 못한 학생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컸다. 계속된 박탈감이 청소년기에 일탈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이러한 상황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국가적 문제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꿈을 갖고 성장해야 할 아이들의 일탈은 국가경쟁력에 큰 손실임을 상급기관에서 자각했으며, 교육정책의 개선을 통하여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아야 함에 줄넘기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줄넘기는 성장판 자극을 통한 키 성장,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과정, 다양한 놀이로 승계되는 프로그램 등 장점이 많지만 사실 줄넘기를 채택한 가장 큰 이유는 꼴찌들이 언제든 일등에게 반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줄넘기는 종목 특성상 언제고 한 번은 걸리게 되어 있다. 아무리 잘 하는 아이라도 첫 번째 줄에 걸리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다재다능한 아이들이 첫 번째 줄에 걸리고, 주목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그 틈을 타 가장 오래 넘을 수 있는 드라마틱한 장면이 자주 발생한다.

아이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는 항상 꼴찌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는다. 일등을 하는 아이들 역시 내가 항상 일등이 아니라는 사고로 연계되어 자만심을 줄이고, 상호간의 사회성을 기르는데도 아주 효과적이다.

학교에서 줄넘기를 시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현장의 많은 지도자들은 이러한 교육적 전개를 알지 못한다. 학교에서 줄넘기를 하고 있고, 학부모가 원하기 때문에 도장에 줄넘기를 도입한다. 옆 도장에서 줄넘기로 신규관원 모집에 성공하자 너도 나도 앞 다퉈 벤치마킹한다.

목적도 없이 더 나은 줄넘기 교육을 위해 줄넘기 단체에 가맹하여 매월 새로운 음악줄넘기 작품을 외우고, 중급, 상급 과정의 줄넘기 연습에 매진한다. 관장의 근무 여건상 도장에서 수련을 통한 교육적 질을 높이기도 어려운데, 그 마저도 부족한 시간을 태권도가 아닌 제 3의 종목에 투자하고 있는 실정다.

현실이 이러한데 도장의 교육 프로그램이 좋아질 수가 있겠는가? 교육부에서 각 학교에 줄넘기 교육을 장려하는 이유만 분명히 알고 있다면 도장에 음악줄넘기 프로그램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언제든 누구라도 일등을 할 수 있다는 기본 주제만 확실히 잡고 있다면 기본 줄넘기, OX 줄넘기, 2단 뛰기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교육적인 메시지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느낌이 오지 않는가? 2월 공개수업에 기본 줄넘기 하나만으로도 학부모들에게 교육적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

현장의 관장들은 도장의 수련생들에게 자꾸 무엇인가를 해주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그것들을 왜 해야 하는지, 그것의 교육적 가치는 무엇인지는 찾지 않는다. 마치 피구를 너무 자주해서 더 자극적인 게임이 뭐가 있을까? 하고 고민하는 것과 똑같다. 피구의 가치가 운동이 아닌 재미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이런 도장은 자원이 많아 경영은 잘 될지 몰라도 수련생의 수련기한은 오래가지 못한다.

관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요구에서 항상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차량운행 순서를 바꿔주세요, 학예회 준비를 해 주세요, 다이어트를 하게 해 주세요 등등 가치를 알지 못하고, 왜 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자꾸 하려고 하지 마라. 언제까지 가치전달자가 아닌 오로지 서비스만 제공하는 예스맨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

서울대 김난도 교수 외 여러 연구진이 공동 집필한 『트렌드 코리아』를 보면 ‘가성비’를 넘어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의 시대가 왔다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는 운동 프로그램에 목메는 도장이 아닌, 하나를 주더라도 가치를 담을 줄 아는 도장이 소비자에게 선택될 시대를 살고 있다.

전국의 관장님들이 선택의 기로에서 더 이상 좌절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줄넘기를 해도 좋고, 놀이체육을 해도 좋다. 단 그것들을 했다면 “왜?”하는 것인지를 각자의 범주 안에서 합리적인 가치를 매겨 두도록 하자. 그리고 그것을 소비자에게 어필(홍보)할 수 있도록 하자. 그것이 내가 가장 잘 하는 것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 방법의 첫 번째 단계라고 생각한다.

 

[구기완 칼럼니스트 약력]
■ 태권도대나무숲 운영자
■ 브랜드발전소 등불 대표
■ 태권도장 전문 인테리어업체 몬스 대표

Print Friendly, PDF & Email

6 COMMENTS

  1. 좋은 잘 읽었습니다. 도장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가치라고 했는데 도장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 가성비를 가심비로 바꾸는 것이 줄넘기, 놀이체육, 피구 등 그 어떤 것이라도 상관 없다면 태권도장 이름은 내려야 하는 것아닌가 생각됩니다. 태권도를 통해서 가성비를 가심비로 바꾸는 것이 우리가 지향 해야 할 방향 아닌가 싶습니다.

  2. 훌륭한 메세지에 감사드립니다
    무엇이던간에 본질적 측면에 접근하여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표현 정말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글을 읽으면서 왠지서글픈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일까~~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