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술자리에서 지인의 후배를 만났다.

신장과 체격이 좋은 국가대표 겨루기 선수 출신이었다. 범상치 않은 신체조건에 비해 차분한 말투와 상대방을 배려하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술자리에서 대화를 하던 중 필자가 쓴 두 번째 칼럼을 잘 읽었다며, 태권도장 사범과 관장을 둘러싼 이야기를 했다.

# 사범의 처지를 헤아리지 못한 관장

그는 사범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인의 소개로 지방의 태권도장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는데, 열심히 사범 생활을 하던 중 가면(탈)을 쓰고 학교나 유치원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도장 홍보를 위해 전단지를 배포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하고 25살부터 사범 생활을 했는데, 관장이 월급을 제때 주지 않아 참고 기다리다가 며칠이 지난 후 관장과 술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그런데 3차까지 가면서 150만 원을 쓰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을 했단다. 술값으로 150만 원을 쓰면서 월급을 주지 않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같은 이야기를 듣고 태권도 지도자로서 참 안타까웠다. 신체조건도 좋고 인성을 갖춘 지도자를 다른 업종에 빼앗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관장 입장에서는 큰돈을 들려 사범에게 술을 사줬다는 월급은 안 줘도 될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을 지도 모른다. 만약 이런 꼼수를 부렸다면 사범의 처지를 전혀 헤아리지 못한, 저급한 발상이다.

그 후 그는 사범으로 고생해서 관장이 된다한들 자신도 저런 관장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직업을 바꿔 피트니스 클럽 팀장이 됐다고 한다.

# 조언과 지시, 그 속의 괴리감

요즘처럼 덥고, 장맛비가 내려 습도가 많으면 사범들도 지친다. 그들은 천하장사가 아니다. 감정이 있는 사람이다.

그래도 몇 몇 관장들은 다그친다. ‘수련생 떨어지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라’, ‘더워도 열심히 가르쳐라’, ‘웃으면서 수련생들을 대하라’, ‘그렇게 해서 관장이 될 수 있겠니’, ‘차량 운행할 때 조심해라’ 등등 주문을 한다.

그런 관장들을 사범들은 어떤 눈빛으로 바라볼까. 물론 기본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사범들도 있다. 지도 능력도 떨어지는데 나태하고, 이기적인 사범들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관장은 사범에게 일방적으로 지시를 하거나 멋있는 명언으로 사범을 교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게 하는 것이 사범을 잘 관리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관장들이 더러 있다.

사범에게 마음이 담긴 진심어린 조언은 통한다. 하지만 스트레스 지수가 높고 육체적 피로가 쌓여 있는 사범들에게, 또 배고픈 사범에게는 어떤 명언도 조언도 통하지 않는다. 현실이 그렇다.

필자 최철권 관장이 사범들과 태권도 교육과 도장 경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가까이 있는 사범을 먼저 이해하자

필자는 20대 후반에 관장이 된 후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사범을 자정까지 잡아두며 함께 일을 했다. 다음날 홍보할 사탕과 홍보지를 넣으면서 그것이 사범이 해야 할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 때 버티지 못하고 떠난 사범들이 많다. 1년 동안 수석 사범 밑에 2명의 사범은 제대로 구할 수가 없었다. 과중한 업무와 태권도 수업, 도장 홍보 등 할 일이 너무 많아 관장인 나도 새벽에 들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사범들도 귀가가 늦어졌다.

그로 인한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안고 제대로 태권도 수업을 하는 것은 어려웠다. 그것이 성공의 지름길인줄 알고, 세미나에서 들은 이야기를 무리하게 적용하려는 시도를 했다.

그것이 패착이었다. 옆에 있는 사범을 믿고 수련생과 학부모를 봐야지, 멀리 있는 성공한 지도자를 보고 그렇게 하기 위해 따라오지 못하는 사범을 탓한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그것을 뒤늦게 깨닫고 사범들을 진심으로 대하며 지금까지 좋은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

# 관장과 사범은 동반자 관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사범에 대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있어야 하고, 그 사범도 행복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나도 저런 멋진 관장이 되어서 안정적으로 생활해야지’하는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관장이 그렇게 하면 사범은 반드시 그 에너지를 수련생들과 학부모들을 위해 쓰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도장 업무와 태권도 수업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어쩌면 40~50대 관장들은 참고 인내하며 사범 생활을 한 후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생각에 현재 사범들의 인식과 처지를 깊이 헤아리지 못할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신이 겪었던 사범 생활을 지금의 사범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또 자신의 편협한 생각으로 도장경영을 한다면 20대 젊은 사범을 채용해서 마음을 맞추고 소통하며 함께 하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태권도장 사범은 고된 직업이다. 왜 힘든지 관장들도 경험으로 알 것이다. 그들이 최대한 역량을 발휘하도록 기회를 주고 배려해주는 것이 관장의 역할이다.

사실 사범들은 기본적인 조건을 잘 맞춰주면 관장이 세운 목표를 위해 잘 따라온다. 너무 많은 것을 원하지 말고, 더 많은 것을 주기 위해 노력하면서 사범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것이 관장의 역할이지 않을까.

아울러 사범에게 ‘경제적 개념’도 일깨워주면서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도록 길잡이를 해주면 더할 나위가 없다. 그렇게 하면 그 사범은 훗날 관장이 되었을 때, 사범에게도 그렇게 할 것이다.

그것이 가장 이상(理想)적이고 건강한 관장과 사범, 사범과 관장의 관계가 아닐까. 관장과 사범은 함께 가는 동반자이다.

[필자 주요 이력]
경희대학교 태권도학 박사 과정
한양대학교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
타이거 킥스 태권도 본관 총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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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COMMENTS

  1. 최악의 관장이네요
    칼럼 잘 읽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제목과 다르게 사범 입장만 쓰셨네요
    관장 입장도 써 주셨으면~
    끝까지 읽었는데 내용이 없네요
    관장과 사범 동반자 되려면 최악의 관장, 최악의 사범
    최고의 관장 최고의 사범 공평하게 써주시면 공생 될 것 같습니다

  2. 위의 사례는 정말 아닌것 같군요… 저 관장은 어떤 사범대우를 받았는지 궁금하네요. 아래 댓글 다신분과 마찬가지로 다른 좋은 관장님의 사례도 살짝 넣어주시면 좋을거 같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3.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위 사례처럼 저런 관장은 사범님 없이 1인 관장을 해야 맞는것같네요.
    명백하게 잘못된 괘씸한 관장이네요.

    열정적인 사범님들은 더욱더 힘을줘야 그도장을 위해 헌신을 다할텐데 아쉽네요.

    좋은글을 읽으면서 제자신도 생각하게 되며, 우리 사범님도 다시한번 돌아보게 되네요~~

    끝으로 한마디 드리겠습니다.
    다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천성부터 게으른 사범, 돈은 많이 바라면서 시간만 때우는 사범, 사범 자격조차없는 사범들도 있는데 이런사범들 내용도 있었으면 좋게네요~~

  4. 관장님과 사범은 동반자 관계라고 했을때는 엄청난 공감이 갑니다
    저또 지금은 사범하고있지만 관장님과 소통을 많이 할려고 합니다
    그만큼 서로서로 신뢰를 쌓고 있는거라고 느낍니다 정보 감사합니다~

  5. 관장님들 뿐만 아니라 사범님들도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것같습니다
    저도 이 칼럼을 읽고 많은 것들을 깨닳았습니다
    좋은 칼럼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6. 관장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나중에 체육관을 차리개 된다면 지금 사범생활때를 항상 생각하며 사범들과 공감하는 관장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7. 최악에 관장님이네요. 관장님께서 사범생활을 했을때를 생각하며 대해 더 공감해주고 헤어려 준다면 더욱더 힘내서 잘할수있을텐데, 그런걸 못알아주고 능력을 낭비하는가 같아 슬프네요. 스승을 잘 만나야된다고 들었는데 전 이걸 토대로 제가 나중에 관장이 데면 시범들을 잘 헤아려주고 공강해줄수있는 관장이 되야되겠다고 상각이 들었습니다.

  8. 나중에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싶은 마음으로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려 하는 사범 입장에서 보니 관장님과 사범님의 관계가 어떻냐에 따라 도장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아직 사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관장님의 운영방식을 모르지만 이 글을 읽고 관장님과 사범님의 관계가 정말 중요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9. 지금 사범일을 하고있지만 나중에 도장을 운영하고 싶은 마음으로 사범과 관장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고 그로인한 도장 운영이 달라질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스무살이 되고 사범 일을 시작해서 많이 부족하고 모르는것도 많고 이해하기 힘든것도 많지만 그래도 내가 어떻게 보고 배우고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바뀐다는 생각이 문득 이 글을 읽고 들었다. 그만큼 스승을 잘 만나야하고 직장을 잘 만나야하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이 든다.

  10. 좋은 글 감사합니다.
    미국에서 도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과 미국 어느 곳이건 이기적인 사람은 있기 마련이죠.
    같은 업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배려한다면 참 좋을 텐데 쉽지 않겠지만..
    이런 최철권 관장님의 글로 사범님들 관장님들이 조금이나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11. 관장과 사범은 동반자라는 말씀이 뜻깊게 기억에 남는것같습니다 관장님을보고 아이들이 배우듯이 사범도 관장님수업을할때 보고 안좋은점 좋은점을 배우고 느끼기때문에 관장님과 사범님 관계가 배려하고 존중해줘야한다생각합니다 그래야한 사범님또한 자기의 일처럼 먼저 나서고 관장님을 잘따르것같습니다 좋은글감사합니다!

  12. 현역 사범입니다.. 40-50대 관장님들 중 많은 분들이 “나 때는 이랬다”하는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로 사범들에게 많은 업무와 그에맞는
    대우없는경우도 많은것같습니다.. 반말도하고, 의견제시해도
    자신의 의견이 맞다는식, 잘못된 의견을 이야기하면 무시한다고생각하고인원떨어지면 사범탓,,,
    일부 관장들은 도장과 관련없는 개인 용무를 위해 도장에 늦게 나오거나 해외여행을 다니기도합니다.
    도장이라는것이 관장과 사범이 윈윈해야 즐거운 분위기속에
    열정을 갖고 일할텐데 수직적인 관계로만 사범들에게 대하니
    요즘 대학전공생들 또한 도장생활을 기피하는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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