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1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태권도협회(KTA) 2020년도 정기대의원총회는 태권도계 총회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한마디로 빈 수레만 요란했지 알맹이가 거의 없는 ‘졸작 총회’였다.

이날 총회는 재적 대의원 21명 중 20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9년도 사업결과 및 수지결산 승인의 건과 정관 개정의 건을 심의 안건으로 다루고, 기타 안건에서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 시스템 개선과 태권도 인식개선 및 회원도장 활성화 등을 토의했다.

하지만 이번 총회는 밋밋하고 깊이가 없었다. 의장의 장황한 인사말과 몇 몇 대의원과 행정감사와의 ‘감정 충돌’은 접어두고라도 나름 소신과 철학을 갖고 말하는 대의원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특히 약 10명에 이르는 40%의 대의원들은 2시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함구무언(緘口無言)’의 정석을 보여줬다.

핵심을 찌르는 대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도 가뭄에 콩 나듯 했다. 중언부언(重言復言) 하거나 맥락 없이 ‘갈지자(之字)  발언’을 쏟아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뿐인가. 총회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 대의원들과 집행부 및 사무처 간의 팽팽한 긴장감도 없었고, 집행부가 잘한 점은 칭찬하되 잘못한 점을 들춰내 시정을 요구하는 날선 비판도 명쾌하지 않았다.

여기서 ‘대의원총회’와 ‘대의원(代議員)’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대의원총회는 각 단체의 현안과 정책에 관해 의논하고 결정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이고, 대의원은 각 단체의 대표로 뽑혀 의견을 개진하고 의결을 행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KTA 대의원총회는 산하 단체(시도협회·연맹체)를 대표하는 대의원(회장 또는 부회장)들이 참석해 KTA 내부의 예산과 사업, 정책 등을 세밀하게 묻고 따지고 올바른 방향을 논하는 생산적인 자리가 돼야 한다.

1월 21일 열린 대한태권도협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최재춘 사무총장이 말하고 있다.

하지만 KTA 대의원총회는 이와 거리가 멀다. 해를 거듭할수록 퇴보하는 느낌이다. 왜 그런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의원들의 자질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각 협회와 연맹의 사정에 따라 회장과 부회장이 대의원 자격을 갖고 있지만 소명의식을 갖고 대의원총회에 참석하는지 의문이다.

총회가 진행되는 동안 시쳇말로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아무 말도 안 하고 앉아 있다가 가려면 뭐 하러 대의원으로 왔는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 대의원이라면 미리 총회의 안건을 촘촘히 살펴보고 KTA 발전 방안을 제안하고,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단체)의 현안을 공론화하는 등 주어진 발언권을 행사해야 하지 않을까.

KTA도 중앙단체로서 대의원총회가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 총회를 단순히 ‘의무 방어전’으로 치부하지 말고, 대의원들뿐만 아니라 회원들도 자유롭게 참관할 수 있는 만큼 시청각 자료를 만들어 공개하고, 대의원들의 질의에 사무총장과 담당 실무자가 충실히 답변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앞으로 대의원총회가 끝난 뒤 “남는 게 없다”, “무의미하다”, “시간이 아깝다”는 등의 볼멘소리가 줄어 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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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1. 태권도 발전은 건전한 대의원 총회로 부터인것 같습니다.
    태권도 발전에 대해서 대표자가 아무말도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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