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또 다시 태권도 용어 논쟁이 뜨겁다. 그 한복판에 있는 것이 ‘태권도 종주국(跆拳道 宗主國)’과 ‘태권도 모국(跆拳道 母國)’이다.

이 같은 논쟁의 불씨는 평소 태권도 용어 정립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고 있는 안용규 교수(한국체육대학교 태권도학과)가 지폈다.

오래 전부터 ‘태권도 모국론’을 설파해온 안 교수는 2년 전 <태권박스미디어> ‘학자열전’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태권도 종주국이라는 말은 사용해선 안 됩니다. ‘종주국’이라는 표현은 ‘suzerain state’라는 뜻인데, 이것은 왕의 국가가 있으면 나머지 나라는 지배를 받는 식민국가라는 뜻입니다. 지금 태권도가 세계화가 된 상황에서 우리나라를 태권도 종주국이라고 한다면 태권도를 배우고 사랑하는 국가들은 마치 태권도 식민국가가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안 교수 말고도 일부 태권도 단체와 언론들은 ‘태권도 종주국’ 사용을 기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월 2일 태권도진흥재단이 주최한 2017 세계태권도포럼에서 박미자 상해체육대학교 교수는 ‘중국 태권도의 발전 방향’을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태권도 종주국이라는 표현은 매우 주의를 필요로 하는 용어이다. 종주국이란 식민지와 함께 대별되어 사용되는 식민지적 용어(colonial term)이다. 한국이 태권도 종주국이라면 세계에서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 나라들은 모두 한국의 태권도 식민지 국가라는 말로 해석될 수도 있다. 태권도가 세계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용어는 한문을 국어로 하고 있는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부정적 언어로 받아들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박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은 안 교수에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두 교수는 친분이 두텁다.

하지만 ‘태권도 모국’에 반기를 들며 ‘태권도 종주국’을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주장도 꽤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김중헌 용인대 교수. 그는 “종주국의 의미 속에는 어떤 문화적 현상이 처음 시작한 나라라는 사전적 의미도 가지고 있다”며 태권도를 처음 시작한 나라가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태권도 종주국이라고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지론을 펴고 있다. 이런 주장에 여러 교수들이 동의하고 있다.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될 것은 북한이 오래 전부터 ‘태권도 모국’을 자처하고 있다고 것이다. 2012년 4월 북한 노동신문은 북한 평양에 ‘태권도성지중심’을 완공했다고 보도하면서 “우리 민족의 슬기와 기상 어린 태권도를 널리 보급 선전하며 태권도 모국으로서의 존엄과 영예를 높이 떨치는 데 이바지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태권도 종주국’ 혹은 ‘태권도 모국’ 논쟁은 학계에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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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저는 안용규 교수님과 김중헌 교수님의 태권도 종주국에 대한 설명 모두 찬성합니다. 그러나 ‘종주국’의 뜻이 ‘왕의 국가가 있으면 나머지 나라는 지배를 받는 식민국가’라는 뜻과 ‘어떤 문화적 현상이 처음 시작한 나라’라는 사전적 의미 둘 다 가지고 있다면 ‘모국’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굳이 ‘태권도 종주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태권도는 이제 많은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수련하며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종주국의 다른 뜻 때문에 논란이 되거나 오해가 생긴다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다른 뜻이 있어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태권도 종주국’보다는 ‘태권도 모국’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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