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혁 대한태권도협회 부회장. 사진=무카스

 – ‘어이 상실’ 김세혁, 도전과 응전 주목

늦가을 소슬바람이 낙엽을 휘몰며 사납게 불던 11월 14일 저녁 7시. 김세혁 대한태권도협회(KTA) 부회장은 “호랑이는 굶어도 풀을 뜯지 않는다(猛虎雖飢, 決不齦草)”는 장자(莊子)의 문장을 읊으며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다.

비록 자신이 처한 상황이 혼란스럽고 위태하지만 그동안 쌓아온 자존심과 자신감을 잃지 않겠다는 ‘기백(氣魄)’이 느껴졌다.

되돌아보면 지난 보름은 김세혁 부회장에게 고통이었다. 몹시 분하여 이를 갈고 마음을 썩인 먹먹한 시간이었다. 2년 전부터 태권도 인생을 걸고 배수진을 쳤던 계획과 포부가 수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아픔을 겪었다.

되돌아보자. 2018년 2월, 김 부회장은 5년 만에 억울함을 말끔히 털어냈다. 2017년 1월, 1심 재판에서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이 됐지만, 대법원은 2심대로 무죄를 판결했다.

당시 그는 대법원 최종 판결을 받기까지 고통의 나날을 감내하고 명예회복을 하면서 “하지도 않은 일로 누명을 써서 이렇게 힘든 시간을 보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앞으로 많은 생각을 하면서 태권도 발전을 위해 기여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 말에서 ‘태권도 발전을 위해 기여할 방법’은 무엇을 의미할까? 해석은 다양할 수 있지만 ‘KTA 회장선거’로 읽혔다. 자신이 직접 회장선거에 출마하든, 아니면 자신이 ‘킹 메이커’가 되어서 덕망과 재력을 갖춘 사람을 회장으로 옹립하든, 그것을 통해 자신의 결백과 명예회복을 완성하고 싶었으리라.

그리고 세월이 흘러 제29대 KTA 회장선거가 임박했다. 김 부회장은 그동안 준비하고 계획한 ‘선거 보따리’를 풀기 위해 궁리를 거듭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자신보다 2년 후배인 김영훈 한국실업태권도연맹 회장과 양진방 용인대 교수가 먼저 치고 나갔다. 두 후배와의 인연과 정을 생각하면서 마음 한 구석에 ‘이번엔 형에게 양보하지 굳이 왜 출마할까’하는 서운함이 들었을 게다.

하지만 이미 출마 결심을 굳힌 두 후배에게 ‘양보’를 구걸할 수 없었다. 며칠 동안 고심을 거듭하다 출마를 단념하고, 10살 많은 최영길 KTA 고문을 만나 두 손을 맞잡았다. 킹 메이커로 나선 것이다. 김 부회장의 머릿속에는 자신의 강점과 지지자들의 이탈을 막고, 최 고문의 장점(지지)을 보태면 당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하지만 상서롭지 못한 예감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김 부회장과 최 고문이 ‘원 팀(One Team)’이 됐다는 소식과 기사를 접한 사람들이 예상보다 많이 응원과 격려를 보냈지만, 정작 ‘넘버 1’ 최 고문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김 부회장이 킹 메이커로 나서면서 자신의 존재감이 묻히고, 김 부회장의 성향이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고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결국 상서롭지 못한 예감과 징조는 얼마 가지 못해 파국으로 치달았다. 당선을 위해 ‘원 팀’이 됐지만 성향과 생각과 가치관이 달랐던 두 사람은 생채기를 내고 헤어졌다.

최 고문은 김 부회장과 결별을 선언(인사이드태권도, 11월 10일자 최영길 고문, “김세혁과 결별했다”)하면서 굳이 하지 말아야 될 말들을 쏟아냈다. 자신의 생각을 너무 솔직하고 거칠게 표현하다 보니 김 회장을 배려하지 않은 실언이자 패착이었다.

기사 내용을 보고 김 부회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머리를 싸매고 누웠다. 그동안 최 고문과 선거를 준비하면서 준비하고 계획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배신감도 들었을 터, “내가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니 참 어이가 없다. 양심을 숨기고 남 탓을 하는…” 위선자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11월 14일 저녁, 소슬바람이 심하게 불던 날. 김 부회장의 마음에도 외롭고 쓸쓸하고 으스스한 바람이 불었을 것이다. 앞으로 계획과 안부를 물으니 “나는 사람들에게 속고 사는 바보”라고 했다.

이미 출마를 선언한 김영훈 예비 후보자를 다음 주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이번 선거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 그냥 쉬고 싶다”고 했다.

이번 회장선거 출마자 등록 마감은 12월 7일. 차기 선거를 위해 4년을 기다릴 것인지, 아니면 대안을 강구해 ‘묘책’을 마련할 것인지 주목된다. 그는 누가 뭐래도 태권도 베테랑 지도자, 1955년생 정통 태권도인이다.

<서성원 기자>

Print Friendly, PDF & Email

18 COMMENTS

  1. 알고 있는것이 너무 많고 하고 싶은것이 너무 많으니 그동안은 말이 너무 많았죠. 그러니 적들이 주위에 많이 생긴것이니…앞으로는 잠시 침묵하고 입을 닫으면서 양쪽 귀를 활짝 열어 듣는것에 더 취중하세요…

  2. 태권도계에서 정말로 중요한 분이란걸 겨루기.품새 실무자들은 잘알거라 생각합니다 김세혁 부회장님 다시한번 심기일전 해주세요

  3. 참 많은 시련과 아픔이 함께 하네요. 김부회장님 꼭 힘내시고 일어나시길 바랍니다. 아직 시간은 김 부회장님 편입니다

  4. 매번 회장선거에 나오는 잡음들이 이번엔 없을까 내심 기대를 랬는데… 역시 선거는 쉽지 않습니다. 언행일치 하지 않은자는 오래 가지 못합니다.

  5. 겨루기 에 산증인 김세혁 부회장님 대한민국 태권도를 이끌어주시기 바랍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 꼭 승리하세요~^^ 사랑합니다

  6. 때가 아닌겁니다. 분명히 준비된자는 때가 옵니다. 그때가 지나고 보면 늦은것 같지만 늦지않습니다. 아직 젊습니다.힘내세요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