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9일 대한태권도협회 정기대의원총회를 마치고 양진방 회장이 기자들과 임원 선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존재는 부재(不在)를 통해서 비로소 드러난다’는 역설이 있지만, 태권도 제도권에선 통하지 않는다. 제도권에서 멀어지는 순간, 자신의 존재 가치는 사라져 태권도 생(生)이 끝난다고 여길 것이다. 세대교체와 임원 감축 바람 속에서 시대의 순리를 거스를 수는 없다.  오랫동안 제도권 핵심에서, 또 그 언저리에서 기득권을 행사한 사람들은 이제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 스스로 물러나는 것, 그리고 박수칠 때 물러나는 것이 그나마 남은 자존심과 존재감을 지키는 길이다. 물이 흘러가는 순리를 강조하며 경북태권도협회 회장직을 내려놓은 윤종욱 전 회장이 모범이다.
글=서성원 기자 / tkdssw@naver.com

태권도 제도권, 특히 대한태권도협회(KTA)와 그 아래 17개 시도태권도협회의 ‘권력 지배구조(Power Governance)’를 보면 특이한 것이 있다.

대부분 특정 계파와 특정 인물들이 오랫동안 권력을 행사하는, 다시 말해 10∼30년 동안 ‘권력의 카르텔’을 형성해 인사와 정책, 사업 등을 쥐락펴락한다는 것이다. 그 안에서 그들만의 ‘회전문 인사’가 횡행하고, 임기가 끝나거나 집행부가 교체되어도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며 여러 직책(보직)을 맡는다.

대표적인 실례를 보자. KTA 현장 조직의 핵심인 대회위원회(전 기술전문위원회)는 1971년 김운용 회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출범해, 태권도 기술정립과 경기 운영 등을 담당하며  KTA 조직의 한 축을 구축해 왔다.

의장은 ‘야전사령관’으로 불리며, 실무를 총괄하는 전무이사(사무총장)와 정치적 동반자 혹은 협력자로 활동했다. 가끔 전무이사의 힘이 약화되면 권한을 남용하는 등 부작용도 있었다. 의장 아래 4∼5명의 부의장은 일종의 ‘전관예우’처럼 전무와 의장과의 관계에 따라 자리가 주어졌다.

경기·심판·기록 등 각 현장분과의 위원장과 부위원장도 이 같은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자질과 전문능력이 선임 요건이 아닐 때도 많았다. 회장과 전무, 의장, 그리고 제도권 실세의 역학관계에 따라 능력과는 별개로 자리가 주어지곤 했다.

이러한 관행과 폐단은 지난 4년 동안 최창신 회장 체제에서도 이어졌다. ‘기술전문위원회’ 명칭을 ‘대회위원회’로, ‘의장’을 ‘본부장’으로 바꾸는 등 나름 쇄신을 꾀했지만 알맹이는 변한 게 거의 없었다.

하지만 양진방 회장 체제가 들어선 올해는 확실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실무형 회장’을 표방한 양 회장의 나이는 63세. 자기 나이를 기준으로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있다.

우선 부회장과 이사들의 연령을 ‘중폭’ 낮췄다. 60대 후반∼70대 초반으로 내심 부회장을 꿈꿨던 사람들은 고문으로 올리고, 부회장 연령을 60대 초반으로 내렸다. 이사들은 경기와 도장, 시도와 연맹, 남성과 여성 등을 안배하며 비교적 ‘젊은 피’로 선임했다.

여기에 ‘다이어트’를 선언한 대회위원회의 경량화와 임원 감축이 눈길을 끈다. 양 회장은 정직성과 전문능력을 선임 기준으로 삼겠다고 했지만, 본부장과 위원장, 부위원장들에게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상판독위원회를 폐지하고 세계태권도연맹처럼 심판위원회에 귀속함으로써 위원장과 부위원장, 위원 등 30여 명이 예전에 누리던 ‘자리’를 잃게 됐다. 심판과 경기지도자로 활동하다가 50∼60대가 되어 영상판독 위원으로 활동하던 사람들 중 일부는 망연자실한 듯하다.

어쨌든 적게는 20년, 많게는 40년 동안 KTA 언저리를 맴돌며 ‘질긴 생명력’을 유지했던 사람들은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 앞에, 세대교체 바람 속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제 태권도 제도권과 대회 현장에서 ‘완장’ 차고 소리치던 실세들과 묵묵히 임무를 수행했지만 나이를 먹은 중진들과 선배들은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유능한 후진들을 위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들이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태권도 발전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숨통과 물꼬의 순환작용이 될 것이다.

개중엔 자신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 역사의 뒤안길로 총총히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은 존재감을 상실한 ‘뒷방 생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인 마리 로랑생은 이렇게 읊었다. 괴로움보다 심한 것은 버림받는 것이고, 죽기보다 더 아픈 건 잊혀지는 것이라고. ‘잊혀진다는 것’은 고통일 수도 있다. 이러한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아 줄대기와 줄서기를 하면서 권력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하면 더 추해질 뿐이다.

‘존재는 부재(不在)를 통해서 비로소 드러난다’는 역설이 있지만, 태권도 제도권에선 통하지 않는다. 제도권에서 멀어지는 순간, 자신의 존재 가치는 사라져 태권도 생(生)이 끝난다고 여길 것이다.

그래도 어쩌랴. 나이와 권력은 무한하지 않다. 흐르는 세월과 시대의 순리를 거스를 수는 없다.  오랫동안 제도권 핵심에서, 또 그 언저리에서 기득권을 행사한 사람들은 이제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 스스로 물러나는 것, 그리고 박수칠 때 물러나는 것이 그나마 남은 자존심과 존재감을 지키는 길이다. 지난해 물이 흐르는 순리를 강조하며 경북태권도협회 회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윤종욱 전 회장이 모범이다.

Print Friendly, PDF & Email

6 COMMENTS

  1. 삼삼오오 모이면 했던 이야기 들인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 할수 있는 기자분과 이런 시대가 왔다는게 실감 나네요^^
    20년을 현장에 있었는데 계속 막내라고 ㅋㅋㅋ 죽어야 은퇴라고 등등 하던 이야기들 ^^
    이번 집행부가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경북 윤종욱 회장님 존경스럽네요…^^

  2. 젊은 사람 세대 교체 매우 늦었지만 양진방 회장님 하신다니 미래를 위해 좋은 일입니다 이사 선정에 있어서 도장에 대한 혁신 인사도 필요합니다

  3. 매우 잘된일입니다 시합장에가면 어께에 후까시 대단한일이라구 가우잡고 꼴불견이다많 매우 잘하는 것입니다
    은퇴가 아니라 떠날때 떠나는 아름다움이 부족한거교 이제는 후배들을 위해 떠나라는 신호니 기회 놓치지 마시고 아름답게 떠나주시는것도 좬찮습니다 그간 수고했습니다.

  4. 각시도협회도 태권도를위해 자원봉사하라고 뽑아놓으면 어깨에 힘만 들어가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추잡한 고위직 임원들이 너무많아 탈입니다.
    시합은 전자호구로 바뀌어도 누구는 얼굴점수잡아주고 누구는안주고 감점도누구는주고 누구는안주고 라인을 밟아도 감점을 누구는주고 눈구는안주고 여전하고 국기원심사도 몇십년째 그대로이고 엎도장관장이 심사위원으로 찍어누르고 눈밖에 나아서 딸어뜨리고 감정싸움만 나고 태권도 이게뭡니까??? 좀 바꿔야 하지않겠습니까??? 코로나로 영상심사한다고 태권도 질서와 체계는 엉망이되어가고 10년후 대한민국 태권도?? 태권도장?? 태권도 겨루기경기력?? 이거 어떻게 할겁니까?? 제안합니다!!! 심사의 진화발전으로 태권도살리는 계기만들기!!! 심사의 획기적인 변화의 필요성 제기!
    전국의 태권도와 태권도장의 수준을 높이는계기 바로 심사제도의 획기적인 변화에서 나옵니다. 그것은 바로 심사의 시합화 입니다!!
    어떻게??? 겨루기는 학년별 키로합니다 체중상관없이 고대로 품새도 붙입니다. 8인1조또는 4인1조로요.
    오래걸린다구요?? 토요일품새 일요일겨루기 시합장처럼하면됩니다. 코로나끝나면 시행되도록 사전에 만반에 준비를 한다면 충분히 심사의 질을 높이고 학부모님들의 눈높이를 맞추고 많은입상자와 트로피들이나오는 갈수록 각지역 대회가 없어지는 시대에 각지역의 태권도를 살리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심사평가는 기존대로 60점 합격으로 하면될듯합니다. 부탁드립니다. 태권도 제대로 살려 주세요!!!

  5. 나아가 격파와 기술발차기, 스피드발차기,멀리뛰어차기,높이뛰어차기 등의 대회로 확대하게된다면 매심사마다 태권도심사의 축제화가 될것입니다.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