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태권박스미디어가 주관한 '최홍희 탄생 100주년 학술대회'에서 토론자로 나온 유승희 ITF-KOREA 사무총장이 "ITF 태권도는 북한 태권도가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국제태권도연맹(ITF)을 창설한 나라가 아니라 여러 분파로 나뉘어져 있는 ITF 주도국이다.  우리나라 정부와 세계태권도연맹(WT)이 태권도 교류와 통합을 추진할 때 북한이 주도하고 있는 ITF를 파트너로 삼고 있는 까닭은 남북의 특수한 정세 때문이다.

1980년 북한에 ITF를 전수한 고(故) 최홍희 ITF 창설자의 친아들인 최중화 ITF 총재는 “ITF는 엄연히 한국 태권도”라고 규정하면서 “북한은 태권도를 사상 전달 도구로 썼고, 세계태권도연맹과 교류가 시작되며 ITF는 북한이라는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2015년 한 언론에서 말했다.
#체제 유지-노동력 확보-외화벌이로 태권도 활용

1980년 ITF에 가입한 북한은 ‘태권도 모국(母國)’을 자처하며, 체제 유지와 인민들의 건강증진을 통한 노동력 확보, 외화벌이에 태권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열린 ITF 행사에 다녀온 A씨는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북한 태권도 요원들은 단과 연령보다는 당 서열을 중시해서 서열이 높아 자신을 고용한 단과 연령이 낮은 사람에게 고개를 숙일 정도”라고 비판했다.

몇 년 전 평양에서 열린 제20차 태권도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북한 조선중앙TV는 “평양 태권도전당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정통 태권도 선수들의 단합과 화합을 도모하고 태권도 기술을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는데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 후 올해 1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평양에서 열린 제21차 태권도세계선수권대회에 대해 “성인, 청소년, 노장 부류로 나뉘어 70여 개 나라와 지역에서  남녀 태권도 선수 970여 명이 참가했다”라고 보도했다.

# “무예도보통지가 북한 태권도의 원형?”

그렇다면 북한은 태권도의 유래와 개념을 어떻게 해석할까? 북한은 고구려 시대에 성행했던 맨손무술 수박이 조선시대 택견으로 발전해 평양지방에서 유행하던 날파람으로 이어져 내려왔다는 논리를 펴며, 조선시대에 이르러 내리막길을 걷다가 ‘태권도’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주체 44(1955)년부터였다고 주장한다.

2017년에는 1790년에 간행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무예도보통지가 북한 태권도의 원형이라고 주장해 주목을 끌었다.

북한 어린이가 ‘조선무도 태권도’라고 쓰고 있다.

북한의 태권도 최고 행정기관인 조선태권도위원회는 태권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를 내렸다.

“조선 인민의 슬기와 용맹, 넋이 깃들어 있는 태권도는 모든 기술동작들이 과학적 원리에 기초하여 체계화된 독특한 무도이다 (…) 우리의 태권도는 위력이나 기술이 우월할 뿐만 아니라 정의감, 강의성, 겸손성, 그리고 결단성을 키우기 위해 높은 기술과 함께 정신교육을 강조하는 독특한 무도이다. 그래서 우리의 태권도를 가리켜 일명 ‘호신예술’이라고도 부르는 것이다.” <조선태권도위원회(2004). 태권도 호신술. 평양 : 외국문종합출판사. 4쪽.>

북한은 ‘태권도는 정신교육을 강조하는 독특한 무도’라고 정의하지만 북한의 태권도 이념과 사상은 남한의 태권도와 차이가 많다. 최홍희가 창안한 ITF 태권도를 수용하면서도 북한 나름의 새로운 사상을 가미했다. 북한 태권도를 연구한 홍성보는 “북한 태권도는 물질을 중시하는 유물론적 경향을 띠면서 이념, 기술, 운영체계에 이르기까지 주체사상의 영향을 받았다”며 “그 결과 북한 태권도는 주체사상에 근거한 이념적 특성을 보이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운영체계도 당과 수령 중심의 중앙집권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최홍희가 창안한 24개의 틀을 수용하고 있지만, 동양사상과 유교 논리 등 관념적인 것을 가급적 배제하고 유물론적 이념과 주체사상에 부합하는 틀을 중시하고 있다. 북한의 주체사상을 담고 있는 주체틀의 연무선은 백두산을 의미하고 있다.

# 1992년 태권도전당 건립 과정과 비화

북한이 자랑하는 ‘태권도전당’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대회를 앞두고 태권도전당의 관람석과 내부 시설의 보수공사를 마치고 개건 준공식을 가졌다. 태권도 전당은 2012년 준공한 ‘태권도성지중심’과 함께 북한 태권도를 대표하는 건축물(시설)이다.

그렇다면 언제, 어떤 이유로 태권도전당을 만들었을까? 때는 3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체능에 관심이 많았던 김정일은 1987년 5월 북한이 태권도 발상지라고 강조하며 “평양에 아파트 몇 채를 짓지 못하더라도 세계적으로 제일 큰 태권도 건물을 건설하라”고 지시했다.

지시에 따라 북한 당국은 1만8천㎡에 달하는 태권도전당을 짓기 위해 북한 최고의 건설 인력을 투입했다. 김정일은 ‘태권도전당’이라는 건물 간판을 직접 쓰는 등 태권도에 남다른 애정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성은 1992년 평양 청춘거리에 태권도전당이 완공되자 “북한이 태권도의 조국인 만큼 큰 태권도전당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태권도전당 옆에 ‘태권도 역사관’도 건설해 사상교육도 하고 있다.

# 태권도 과외학교 설립 등 태권도 생활화 전개

그 후 북한은 태권도 과학화와 생활화를 내세우며 군중체육의 일환으로 협동농장과 공장, 학교, 군에 태권도를 적극 보급했다. 또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각 도에 태권도 선수를 집중 육성하는 ‘태권도 과외학교’를 신설했다.

최근 북한은 노동력 확보와 단결력 고취를 위해 인민들을 대상으로 태권도 생활화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유아들은 유치원에서 노래에 맞춰 태권도 동작을 배우고, 소학교에서는 심사를 진행해 급과 띠를 수여하고 있다. 아울러 컴퓨터를 활용한 동영상 태권도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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