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명 / 태권박스미디어 칼럼니스트

#KBS 스페셜 촬영

지난 2월 6일부터 3일간 일본의 수도 도쿄에 머물렀다. 작년 6월부터 준비한 KBS 스페셜 ‘태권도’를 주제를 가지고 달려온 촬영의 마지막 여정이다.
이번 방문은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일본공수도연맹과 경기장 그리고 ITF 도장 탐방등 타 무도에 대한 촬영이었다. KBS 스페셜팀은 대한민국의 태권도(WTF)를 조명하는데 있어 ITF와 가라데를 살펴보기로 하였고 나 또한 필요한 과정이라 여겨 취재에 선뜻 응하게 되었다.

#ITF 황수일 사범

처음 도착한 곳은 도쿄에 위치한 황수일 사범의 도장이다. 태권도는 같은 이름의 다른 형제가 있다. 바로 ITF(국제태권도연맹)이다. 황사범님은 한국에서 격투게임 철권의 실제모델(화랑)로 잘 알려진 인물로써 재일교포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태권도를 수련하여 ITF 선수권 대회에서 4번의 우승을 거머쥔 실력자이다.

황수일 사범 도장과 수련생들.

도장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수련생들은 준비운동을 시작으로 기본동작과 틀(품새)을 연습한다. 이어서 차기로 몸을 풀어 맞서기(겨루기)를 실시하였다. 70년생인 황사범은 매일 수련생과 함께 틀을 수련하고 맞서기를 받아준다고 설명하였다.  세심하게 동작을 지도하는 눈빛과 군살없는 탄탄한 몸이 그의 말을 증명하는 듯 했다.

사범님과의 대화 중 의미 있게 다가온 점은 ‘태권도는 하나다.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상생하는 길을 모색하는 노력으로 통합의 기점이 다가올 것’이라는 그의 바람과  ‘태권도는 스포츠에만 치중되지 않고 격투무술로서 끝까지 존재하여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 태권도 경기가 열리는 마쿠하리메세 국제전시장

#도쿄올림픽, 태권도와 가라테

지바현에 위치한 마쿠하리메세 국제전시장에 들렀다. 2년 뒤 태권도 경기는 이곳에서 레슬링, 펜싱경기와 함께 열린다. 이곳은 일본에서 2번째로 큰 전시장으로 1989년에 개장해 도쿄 모터쇼, TV아사히의 연말 특집 생방송인 ‘뮤직 스테이션 슈퍼 라이브’ 등 대규모의 행사가 개최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현재는 대형전광판으로 태권도 경기장면과 D-day를 알리고 있었다. 가볍게 둘러보며 영상을 스케치하였는데 꽤 넓은 시설이었고 8개의 전시장(전시장 하나의 면적은 120m×80m이다) 중 정확히 어디서 태권도 경기가 열릴지는 알 수 없다는 관리자의 설명으로 더 이상의 촬영은 필요치 않았다.

일본공수도회관은 도쿄 서쪽 외곽에 자리 잡고 있다. 구리하라 부회장은 “3번의 도전 끝에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의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 더없이 기쁘다. 수많은 무도 중 가라테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대중에게 선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사관대학 가라테 전공 수련 모습(위), 일본공수도회관(아래)

카타(품새)와 쿠미테(겨루기)를 모두 넣은 계기와 의미에 대해서는 “가라테의 이미지를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무도로서 격투적 요소인 쿠미테는 당연히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수많은 무술 중 가상의 적을 두고 공방을 연결하는 가라데만의 특징적인 모습은 카타로만 표현할 수 있으며 이는 유사종목과의 차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로인해 경기카타는 더 나은 채점방식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라는 의견을 내었다. 그들이 가라데의 정체성을 카타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주목할 만한 대목이었다.

태권도의 핵심요체는 기본과 기술의 응용에 있다. 우리의 정체성은 어디에 기반하고 있는가? 품새. 우리만의 특징적인 모습은 무엇일까? 경기를 위해 제작된 새품새와 아크로바틱을 삽입시킨 자유품새의 도입에 대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았다. 품새 본연의 의미인 방어와 공격의 기법은 뒤로 한 채 단지 외형에만 치우치고 있지는 않은지… 과연 나만의 걱정일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가라데를 전공으로 하는 대학은 일본 내 3곳이 전부다. 그 중 도쿄에 위치한 국사관대학의 무도대학 가라데전공 학생들을 찾았다. 이미 학생들은 대회를 대비하여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는데 한 도장에서 카타와 쿠미테 연습은 같이 이루어졌다.

태권도를 소위 ‘발펜싱’이라 비판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쿠미테 경기가 그것에 더 가깝다고 느껴졌다. 이유는 점수를 얻기 위해 발보다는 손을 많이 사용하며(발을 걸어 넘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차기의 빈도수가 적은 이유도 있다) 점수를 획득하면 펜싱경기처럼 잠깐의 멈춤이 있고 다시 재개된다. 또한 주먹 공격은 직접타격이라기보다는 앞에서 멈추는 형태이다. 태권도와 비교하여 걱정하는 목소리는 다소 지나친 우려인 듯싶다.

다만 카타를 보면서 우리가 품새를 임하는 자세와 표현에 대하여 고려할 점은 있다고 본다. 카타 시연에 있어 분위기를 압도하는 진지하고 무서운 표정으로 형을 진행하며 호흡을 통해 기술을 발휘하고 허리의 움직임은 경쾌하다. 품새 시연에 있어 표정, 호흡, 허리쓰임과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하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 될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우리 품새 선수들은 차기의 높이와 손동작의 표현을 우선적으로 연습하다보니 표정을 살피지 못해 동작의 끝맺음에 눈을 계속해서 감거나 호흡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입을 벌리고 하는 등 품새 시행시의 자세가 가볍게 느껴져 비교되는 점이다.

#무도의 총본산 武道館

1964년 도쿄올림픽 유도경기가 열렸던 무도관은 1만 4천석을 수용하는 대규모 무술경기장이다. 제1회 전일본가라데대회가 열렸고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도 가라데 경기는 이곳에서 치러진다. 무도관 주변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어 운동을 즐기는 일본인을 볼 수 있었다. 실내는 팔각형 형태인데 급경사로 이루어진 좌석과 중앙상단에는 일본기가 크게 걸려있다. 복도는 무도를 홍보하는 각종 사진과 현판이 전시되어 있었다.

일본 무도관

매년 각 무도별 공헌자를 선별하여 명패를 관내에 설치하고 있는데 유도, 검도, 궁도, 스모, 공수도, 합기도, 소림사권법, 총검도, 치도·장도가 그것이다. 9개의 무도를 인정하며 각각의 무도대회가 이곳에서 열린다는 설명이었다.

#일본 무도 체험하며 태권도 되돌아봐

바쁘게 움직인 도쿄에서의 일정은 여러 장소를 다니며 일본의 무도를 체험하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그동안 2017년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와 북한시범단, 국기원을 비롯한 세계태권도연맹과 대한태권도협회 촬영 등 KBS 스페셜팀과 약 9개월간의 시간을 함께 했다.

국내 태권도 단체와 여러 행사를 돌아보았으며 이번 일본방문으로 타 무도와의 비교를 통해 태권도가 지닌 현재와 앞으로 풀어내야 하는 여러 과제들에 대하여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 나름 만족하는 일정이라 여겨진다.

이번 방송을 통해 태권도인들의 많은 정보의 획득과 다양한 의견이 공유되길 바란다. 한편 태권도를 주제로 제작될 KBS 스페셜 ‘태권도’는 2월 22일 목요일 오후 9시 40분 방영될 예정이다.

[김상명 칼럼니스트 약력]

현) 남창태권도장 수석사범 / 전) 국기원 시범단 단원 / 전) 태권도 외교재단 코치 / 전) 한국대학태권도연맹 시범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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