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사범의 에티오피아 태권도 통신(7)

#에티오피아 지방 출장의 힘든 여정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큰 지방인 오로미아에서 태권도 대회가 열린다. 에티오피아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에서 330km 떨어진 NEKEMT(네캄트)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은 벌써 듣고 있었지만, 내 마음 속에는 왕복 660km, 그리고 지방에 가서 뭘 해야 할지 생각하느라 가는 날 아침까지 갈지 말지 고민했다.

왕복 660km 가지고 뭐 그리 유난을 떠냐고 할지도 모른다. 도로가 잘 되어 있다면 660km는 멀지 않은 거리지만 이 곳 에티오피아는 수도 근교 외에는 거의 비포장도로인데다가 포장이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움푹 패인 곳이 많아 운전을 조심해서 해야 하고 빨리 달릴 수도 없다. 그리고 현지인들도 위험해서 야간에는 운전을 하려고 하지 않아 새벽부터 출발해야 한다.

게다가 지방음식에 탈이 나서 장티푸스로 고생한 적이 있는 나로서는 지방 출장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또 화장실, 숙소, 벼룩, 모든 것이 열악한 환경이라 고민을 해야 할 처지다.

하지만 태권도 홍보를 하고 그들의 고충과 의견을 듣기 위해서는 내가 가야 한다. 수도에서 렌드크루즈 차량을 빌려서 가고 싶지만, 지방으로 가는 짧은 일정에는 차량 렌트가 터무니없이 비싸고, 차량 렌트를 하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나의 애마 2003년식 쏘렌토를 운전하고 가다가 고장이라도 나면 부품도 구할 수 없고, 혹 부품을 구한다하더라도 수리하려면 몇 달이 걸릴지도 모르니 고민이다. 이래 저래 지방 출장은 나에게 많은 걱정거리를 만들어준다.

머리와 가슴으로는 이런 저런 투정을 부리지만 몸은 자연스레 출발을 하고 있다. 얼른 다녀와서 얼큰한 라면을 끓여 먹는 생각을 하면서…

#네캄트 지방 출장 23

새벽 6시에 출발했다. 330km를 한 번도 쉬지 않고 가는 데만 7시간이 걸린다. 중간에서 한번 쉬면 시간은 더 흐른다. 출장갈 때는 항상 기사를 구한다. 그 이유는 중간, 중간 종족 간 경계 지역을 넘어갈 때 군인, 경찰들이 차량 및 사람들을 수색하는 것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또 차량의 고장이나 사고 등 어떤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 기사가 운전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쉬엄쉬엄 네캄트에 도착하여 바로 호텔을 잡고, 경기장을 방문하여 오로미아 태권도 연맹의 임원으로부터 환영인사를 받았다. 대한민국 세계태권도본부 국기원에서 파견된 내가 그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추어질까 생각하면서 행동 하나 하나 조심했다.

에티오피아 태권도 경기장

태권도 경기장이라고 하기엔 너무 열악한 체육관에서 조용히 자리를 잡고 선수들을 지켜보았다. 내가 소속된 에티오피아 유스 스포츠 아카데미(청소년팀) 선수 2명이 소속시로 뛰고 있었다. 그들은 나의 깜작 방문에 너무나 좋아하고 반겨주었다. 물론 우리 선수들은 뛰어난 기량으로 모두 1위를 했다.

오로미아 사범님, 그리고 심판들은 나의 방문에 뭔가를 보여주고 싶어 했고, 그들의 고충도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나는 그들과 함께 대화하면서 진심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저녁 늦게까지 우리 코칭스텝과 함께 해결 방안에 대해서 의견을 나눴다.

#나에 대한 배척과 포용과정

에티오피아는 11개의 주(종족)가 모여 나라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종족간의 언어나 글씨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현지인들조차 언어가 통하지 않아 나와 똑같은 처지에 이르곤 한다. 어쩌면 바디랭귀지로는 내가 더 잘 통한다고나 할까? 통역을 도와주는 매니저도 영어, 한국어, 암하릭을 하는데, 오로미아인들과는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다. 아무튼 재미있는 나라이다.

내가 처음 왔을 때 오로미아태권도연맹은 나를 돌려보내려고 무던히 노력하는 중앙연맹에 적극 협조하는 관계였다. 그들의 눈에는 세계태권도본부 국기원에서 파견된 내가 그들의 일에 방해가 되고, 그들이 하는 일을 감시하거나 간섭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중앙연맹의 장기집권을 하고 있는 사람의 사주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2년 동안 나의 일을 꾸준히 하면서 그들을 배척하지 않았다. 계속 진실된 모습으로 그들에게 다가섰고 끊임없이 설득하며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들은 이제 내가 에티오피아에 오래 있기를 원한다. 내가 2년 동안 노력한 것이 이제야 하나씩 결실을 맺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처음에는 나도 코이카 단원처럼 1년이나 2년 정도 있으면 갈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곧 갈 사람에게 마음을 열어 봤자 뭐하겠느냐고 생각한 듯하다. 그러나 내가 이 곳에서 15년 이상 있을 거라는 것을 이제는 알기에 그들도 하나둘 마음을 열고 있고 에티오피아 태권도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다.

김도진 사범(왼쪽)과 에티오피아 제자들

다행히 태권도 사범으로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유일한 제도인 정부파견사범으로 나오게 되어 얼마나 행복하고 좋은지 모른다. 근무기간 이들에게 태권도가 희망이고 행복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현재 나의 소속인 에티오피아 유스 스포츠 아카데미의 선수 2명의 기량이 월등히 좋아졌다는 평가와 우리 선수들이 나를 보며 깍듯하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예전에 비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오로미아 사범들에게 듣고 내심 정말 기뻤다.

비록 짧은 2박 3일 일정이었지만 우리 선수들이 모두 1위를 하는 모습과 주위에서의 칭찬과 에티오피아 태권도인들의 부푼 희망들을 안고 돌아올 수 있어 기쁘다. 수도는 빌딩숲이라 여기가 아프리카인지 한국인지 구분이 안 갔는데 오랜만에 진정 아프리카다운 초원과 드넓은 평야를 봐서 더 좋았다.

이제 얼큰한 라면으로 혹여 따라왔을지도 모르는 장티푸스균을 없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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