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사범이 에티오피아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김도진의 에티오피아 태권도 통신(14)

어린 학생들 태권도 배우며 바른 인성 함양
정부파견사범 처우개선 등에 관심가져주길

에티오피아 유스 스포츠 아카데미로 기관 명칭을 변경하고 전문적인 엘리트 태권도 겨루기 선수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한 지 1년이 지났다.

그 기관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태권도 홍보도 하고 재능기부 봉사를 할 요량으로 ‘주말 무료 태권도 수업’을 했다.

매주 토요일 오전에 1시간 하기로 한 것이 학생들이 너무 많이 모여서 두 반을 만들었고, 우리 아카데미 선수들이 옆에서 보조를 하고 내가 지도하는 방식으로 수련을 한다.

사실 에티오피아에서 무료로 뭘 한다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좋은 일도 받는 사람이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의미 있을 텐데, 좋은 일도 받는 사람이 그 의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별 의미를 가지지 못할 것이다.

일례로, 내가 길거리 노숙자 엄마와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눠 준 적이 있다. 사실 길거리에서 지내는 어린 아이가 너무 안쓰러워 음식을 매일 가져다 주었다.

그것을 본 동료가 그 노숙자 엄마에게 “사범님이 음식을 매일 주는데 감사하다고 인사하라”고 했더니, 노숙자 엄마는 “자신이 많이 기도를 해서 하나님이 이 사람을 통해서 자기에게 음식을 보내준 것이다”고 하니, 그 말을 듣고 한참 기분이 씁쓸했다. “고맙다”고 말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물론 감사의 인사를 듣기 위해 한 일은 아니지만 왠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러니 무료로 태권도 수업을 해서 나 자신뿐 만이 아니라 그들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내가 투자하는 것의 10분의 1일, 아니 100분의 1이라도 어린 학생들이 태권도를 배우고 느끼는 것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태권도 무료 교실을 하고 있다.

그저 어린 학생들이 태권도를 즐겁고 재미있게 생각하고, 태권도 정신을 바탕으로 실생활에서 바르게 생활하는 어린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에티오피아의 태권도는 겨루기에 많이 치중하고 있다. 태권도 스포츠를 추구해서 태권도 정신과 예절을 소홀히 하고, 예의범절을 배워본 적이 없는 수련생들도 많다.

그래서 태권도 무료 수업을 통해 어린 아이들에게 예의와 긍정적인 마음, 도전정신 등 태권도 정신에 기반을 두고 교육을 하고 있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아카데미 선수들이 겨루기만 중점적으로 훈련해서 발차기 잘하는 인간 기계로 만들어질까 우려가 된다. 우리 선수들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봉사하는 정신과 함께 지도하는 것을 보고 듣고 배웠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그들보다 내가 더 많은 것을 얻고 있는 것 같다. 사실 학생들이 처음 태권도 인사를 배우고 나를 보면 숨기에 바빴다. 아무래도 인사하는 것이 쑥스러워 용기를 못 낼 수도 있으리라.

김도진 사범이 태권도 정신과 생활예절을 교육하고 있다.

지금은 달라졌다. 나를 보면 달려와서 내 앞에서 90도로 인사를 한다. 그것도 “안녕하세요~”라며 큰소리로 인사를 넙죽 한다.

또 부모님들이 그런 모습을 매우 좋아한다. 아이들의 생활 태도가 달라졌다고 서로 자랑하느라 바쁘다. 일주일에 고작 1번 하는 태권도 수업으로 학생들이 얼마만큼 태권도를 잘하겠는가?

하지만 정신적인 면과 인성적인 면은 많이 달라졌다. 태권도 하는 학생들은 무조건 최선을 다해야 하며, 착한 것만 생각하고 바른 행동만 하도록 강조한 결실이다. 이렇게 우리 학생들은 달라졌고, 긍정적으로 달라져 가고 있다.

이제는 우리 학생들이 나에게 서슴없이 다가와 안기고, 오히려 나에게 힘을 주고 간다. 한 주간 또 버틸 수 있는 힘을 아이들에게서 얻는다. 힘들어도 할 수 있다고 큰소리로 외치며 최선을 다하는 어린 학생들을 바라보면 정말이지 큰 에너지를 얻는다. 그러니 파견 사범이 되어 한 어떤 사업보다 더 소중하고 행복하다.

나의 파견 사범 인증서에는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

‘위 사람을 대한민국 정부와 세계태권도본부 국기원이 파견하는 태권도 사범임을 인증하며 이 증서를 수여함.’

처음 이 인증서를 받을 때는 가슴이 벅차고 무게감에 어깨가 뻐근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이 인증서를 보면서 내가 진짜 대한민국 정부와 국기원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 맞나 싶다.

아프리카에 태권도 사범이 파견된 나라가 이제 5개국 밖에 남지 않았다. 다른 대륙보다 문화적 이해가 낮고, 외부인에 대한 배척심이 크고, 각 나라별로 정치 상황 등이 좋지 않으며, 환경이 너무나 열악해서 다른 대륙보다 파견 사범의 소임을 하는 것이 힘들다.

에티오피아에 파견되어 가끔 밀려오는 실망감과 자괴감 등 말 못할 심정을 나도 가지고 있다. 어떨 때는 다른 나라로 파견가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열악한 환경을 탓하거나 불평해 본 적이 없다.

며칠 전 언론에서 정부파견사범을 앞으로 100개 국가로 늘리고 이를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이미 파견되어 있는 사범들의 처우개선은 되지 않고 있는데 파견국 수를 더 늘리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묻고 싶다. 파견 사범의 처우개선에 관련해서 매년 보수교육 자리에서 이야기하고 건의하지만 오히려 예전보다 처우가 더 나빠지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있다.

‘있는 것을 지키는 것이 새로운 것을 갖는 것 보다 더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파견사범 정책자들은 알았으면 한다. 그리고 파견 사범들의 목소리에 좀더 귀를 기울여줬으면 좋겠다.

이 자리를 빌어 현재 험난한 아프리카 대륙에서 소임을 다하고 있는 보츠와나 이효주 사범님, 튀니지 장호성 사범님, 케냐 이재석 사범님, 우간다 이정훈 사범님의 건승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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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COMMENTS

  1. 김사범 지금하고 있는일이 정말 보람된 일이고 교육의 힘이 얼마나 소중하고 큰지를 깨닫는것만해도 성공한것. 용기 잃지말고 최선을 다하게 자네가 뿌린 씨앗이 얼마나 큰열매를 맺을지는 그누구도 모르는일 고생이 되겠지만 보람있는 일을 하고있으니 그것만으로도 큰박수를 보내네 김도진사범 화이팅! 코리아 화이팅!

  2. 험지에서 고생하는 사범님들을 응원합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너무나 큰 희망과 힘이 될것입니다^^

  3. 험한 아프리카에서 고생 많으십니다.
    말이 대한민국 정부 태권도 파견 사범인거 갔습니다.
    정부를 대표해서 국가 태권도인 태권도를 해외에 보급하고 계시는데 처우개선이 않좋다면 말이 안되는거 같아요.
    제가 알기로는 파견 사범님들 활동이 외교부 보다 더 영향력이 크다고 이야기 들었는데 … 암튼 항상 응원합니다.
    당싸움만 하는 국회의원들 보다 밥 숟가락만 들고 다니는 대한민국 외교관들 보다 당신들이 더 애국자고 더 기대합니다.
    힘내세요.

  4. 김도진 사범..친구, 자랑스럽네.누구에게 희망을 준다는건 아무나 할수없을뿐더러, 그냥 지나칠수 있는 일인데, 타국에서의 자네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네..몸 챙겨가며 생활하시게..

  5. 김도진사범님이하 모든사범님들 머나먼 타국에서 국기 태권도를 전파 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열악한 환경과조건 속에서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 존경스럽고 감사드립니다.
    자국 지도자분들께서도 국기태권도를 더 아껴주시고 모두가 응원해줄수있는 스포츠로
    인정받께 좀 더 힘써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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