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사범이 에티오피아 오지 감밸라 지역의 열악한 태권도 수련 환경을 보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 감벨라 지방 출장 이야기

감벨라는 에티오피아 서부에 위치한 도시이다.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750km 떨어진 곳에 있다. 차량으로 이동하면 이틀에 걸쳐 가야 하는 너무 힘든 여정이다. 아프리카의 도로는 너무나 험난해서 빠르게 이동할 수가 없다. 또한 곳곳에 움푹 패인 길과 양, 염소, 소, 당나귀 등 많은 동물들이 도로를 점령하는 날이면 그냥 지나갈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

감벨라는 남수단과 케냐의 국경을 걸쳐 있는 곳으로 에티오피아에서도 오지로 불린다. 결국 차량으로 이동하는 팀과 함께 하지 못하고 나는 항공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비행기 티켓을 확보하고 감벨라 태권도 사범님들에게 전화로 나의 방문 소식을 알렸고, 감벨라 도시 체육부 담당자에게도 방문 목적과 함께 협조 여부를 미리 통보했다.

감벨라 체육부 회장은 태권도와 관련된 사람이 이렇게 와주었다며 매우 기뻐했다. 그렇게 현지인들도 가기 힘든 곳이라 특별한 일이 아니면 가지 않는 곳이고, 특히 말라리아 위험지역이다.

8월 8일 아침 비행기로 출발해서 1시간 지나 도착했다. 하지만 이틀 동안 차량으로 가는 팀에게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도착하니 공항에 태권도 사범들이 호텔 차량과 함께 무기를 소지하고 온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냥 멋쩍게 웃으며 호텔로 가자고 이야기 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감벨라는 내가 도착하기 전에 종족들의 싸움으로 사상자가 생겼고, 두 종족이 아직도 서로의 지역을 넘어가지 않는 등 사이가 좋지 않았다.

호텔로 가는 길에 거리 풍경을 보니 경찰, 군인이 총을 들고 두 종족의 길목에서 지키고 있어 나도 모르게 긴장을 했다.

첫날은 감벨라 체육부에 협조 요청을 했지만 자신들은 통보받지 못했다며 무작정 기다리고 했다. 우리는 호텔에서 하루를 기다리며,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차량으로 이동한 팀들도 도착해 얼굴을 보니 ‘이제야 내 편이 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일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이야기를 나눴다.

감벨라에는 에티오피아 유스스포츠아카데미에서 새롭게 영입한 선수가 2명이 있다. 이 선수들은 직접 수도까지 찾아와 자신들이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고 아카데미 태권도 팀에 들어온 선수였다. 이 선수들은 자신들이 너무 외진 곳에 있어 제대로 태권도를 배워 감벨라에서 태권도 클럽을 하고 싶다고 했던 학생들이다.

내가 이곳까지 와서 우리 선수들을 보니 이들은 나를 반기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자기들이 사범을 지켜준다고 하니 한편으로 안심도 되고, 한편으로 우습기도 했다. 내가 왔을 때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말하라고 했더니 피자가 먹고 싶단다. 그래서 감벨라 레스토랑으로 이동하여 피자가 있냐고 했더니 피자를 모른다.

그냥 전통음식에 고기 종류로 주문을 하고 많이 먹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렇게 선수들을 배불리 먹이니 나도 행복했다. 있는 3일 동안은 같이 밥을 먹고 고기도 사주었다.

김도진 사범이 태권도 도복과 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 열악한 태권도 환경, “불평만 하지 말고 노력해야”

둘째 날이 되어서야 아카데미 팀에 들어올 선수들을 보며 테스트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선수들이 생각보다 많이 오지 않았다. 까닭을 알아보니 두 종족의 다툼으로 서로가 지역을 넘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두 종족 지역에서 각자 다르게 테스트를 해야 한다고 한다.

땅바닥에서 햇볕을 쬐며 선수들이 태권도 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에티오피아에는 태권도 매트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시멘트 바닥이나 거의 맨땅에서 태권도 연습을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깝지만 내색할 수가 없었다.

저녁에 사범들을 호텔로 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모인 사범들과 체육부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 나는 항상 그랬듯이 그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며 메모를 했다. 수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찾아오는 사범들도 없어 태권도에 관한 정보를 들을 수가 없다는 하소연은 태권도 용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난 그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 다시 그들에게 이야기했다. 지리적인 여건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에티오피아에 태권도 용품이 없다고 불평만 하지 말고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느냐, 언제까지 불평만 하고 있을 것이라며 강하게 꾸짖었다. 또 종족들이 싸우지 말고 모든 사범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감벨라태권도연맹 회장에게 태권도 관련 세미나 및 훈련 프로그램만 만들어 주면 내가 일정에 맞춰 꼭 다시 내려오겠다고 약속하고, 준비해온 작은 선물을 주었다. 감벨라 전체 태권도 선수들을 위해서 써 달라며 도복과 훈련용품을 전달했다.

수도로 다시 오는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추억이 됐다. 에티오피아 태권도 발전을 위해 오늘도 나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11번째 기고 계속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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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한국에선 느낄 수 없는 것들을 사범님의 기고를 통해 항상 배웁니다.
    태권도인에 대해서… 태권도 사범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됩니다.

    항상 응원하고 바라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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