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사범(왼쪽에서 두 번째)이 에티오피아 사범들과 함께 코로나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코로나 상황

코로나로 중국과 한국에 난리가 났을 무렵, 이 바이러스가 이 먼 아프리카에까지 과연 올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그 때는 코로나의 심각성이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의료시설도 낙후된 나라에서 방역이 뚫리면 큰일이라고 걱정했지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최초 확진자 발생은 3월 13일, 여러 아프리카 국가를 거쳐 에티오피아로 출장 온 일본인이었다. 그 최초 확진자를 시작으로 매일 한두 명. 서너 명의 확진자가 생겨났고 그렇게 에티오피아도 코로나에서 안전하지 못한 나라가 되었다.

그렇게 점점 늘어나는 확진자 수 때문에 우리 아카데미도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봉쇄되고 선수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게 되었다. 집안 사정으로 고향으로 못가는 선수는 나의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틴 시간이 벌써 넉 달째이다.

확진자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았던 4월 8일 에티오피아 정부는 향후 5개월 동안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기로 결정했다. 그 말은 적어도 5개월간은 유스 스포츠 아카데미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 긴 시간동안 그저 먹고 쉴 수만은 없어서 유튜브로 태권도 교육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 외에는 집안 구석구석 돌보지 못한 화단이며 손 볼 곳을 찾아 고쳤고, 고장 난 왼쪽 발목 재활 훈련도 착실히 하고 있다. 평생 장사만 하던 어머니가 이젠 연로하셔서 쉬기를 권하였지만 오히려 하던 일을 그만 두면 병이 난다고 고집하셨던 말들이 이제는 나의 말이 되어 버렸다. 그러면서 다시금 부모님의 인생과 나의 삶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새삼 또 인생을 배우고 있다.

6월 20일 현재, 여전히 에티오피아는 코로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확진자 수가 무섭게 늘어나고 있어 에티오피아 생활들의 전반적인 모습들이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 초기, 마스크를 써서 나쁜 기운을 끌어온다고 혼을 내던 현지인들은 현재 거의 95% 이상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며, 오히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은 경찰이 붙잡고 거리에 꿇어 앉혀놓고 있는 모습까지 보인다. 그 옛날 장발을 단속하던 우리나라의 모습과 흡사하다. 이 외에도 거리 곳곳에 손을 씻는 곳이 설치되었고, 슈퍼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손을 씻고 마스크도 착용해야 한다.

내가 에티오피아에서 힘들거나 걱정이 있을 때마다 한 발 더 뛰면서 해결하려고 노력을 했고 그러면 더디지만 성과를 볼 수 있었다. 내가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도와주는 분들이 생겨났고 해결이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내가 노력한다고 코로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니 거대한 자연 앞에 서 있는 미물이 된 기분이다. 그저 소독하고 소독하면서 얼른 코로나가 사라지기를 바라며 중얼거리는 수밖에….

6월 2일, 처갓집 외할머니께서 영면(永眠)했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안사람의 울음소리가 너무나 슬프다. 매년 이때쯤 한국에 나갔던 안사람이 이번엔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가지 못해서 할머니를 가까이에서 보지 못했음에 그 슬픔이 더 컸을 것이다.

처음 내가 에티오피아로 파견 간다는 것을 아신 아버지께서 꼭 그렇게 멀리 가야겠냐고… 부르면 한걸음에 달려올 수 있는 곳에서 살면 안 되겠냐고 말씀 하셨던 것이 문득 생각이 난다.

불과 3일 전에도 영상통화로 잘 지내고 오라고 말씀까지 해주셨던 할머니신데 갑자기 닥친 소식에, 그럼에도 한국으로 가지 못함의 죄송함으로 눈물만 흐른다.

#코로나 방역활동

정부파견사범의 임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태권도 보급 활동을 하는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파견국가 및 인근 국가 태권도 기술, 정신 보급 및 활동 지원, 파견국 태권도 지도자, 국가대표, 시범단 등 태권도 전문 인력 육성, 군대, 경찰, 학교, 대회, 세미나, 행사 개최 또는 지원 등 모든 것을 포괄적으로 임무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시기에 어떻게 태권도 보급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 하루하루 높아가는 확진자 수로 인해 에티오피아 국민들은, 온 세계는 신경이 곤두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에티오피아 코로나 확진자 수가 4천 명이 넘어섰다.

요즘은 매일 200여명 정도 늘어나고 있다. 고작 하루에 200명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 시스템으로 하루 200여명이면 엄청난 숫자다. 하루에 200명 검사해서 200명 확진 판정을 받는다는 말도 있고, 지금 확진자 수에 다섯 배는 곱해야 되지 않겠냐는 말도 하고 있다.

게다가 돈이 없거나, 집이 없는 사람들은 병원 검사는 고사하고 그저 길거리에 늘어져있을 뿐이다. 한국 정부와 중국 정부 그 외의 많은 국가로부터 원조 받은 마스크가 있다고 하던데 길거리 사람들에게까진 못 오고 있나보다. 길거리 사람들 뿐 아니라 아는 현지인들도 마스크를 구할 수 없냐는 문의가 계속 들어오던 차 한국의 지인으로부터 마스크 지원을 하겠다는 소식을 들었다.

OTCAN(NGO)에서 에티오피아 유스 스포츠 아카데미의 선수들과 직원들, 센다파의 방과 후 교실의 어린이들 그리고 은또또 마을에 마스크 2만장을 기증해 주신 것이다. 이에 우리 코칭스텝들이 선수들 집에 직접 방문하여 마스크를 나눠 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금은 태권도 보급보다 코로나로부터 우리들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범님들은 길거리 사람들에게 음식과 생필품을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손 씻기 교육과 거리두기 운동을 알리기 위해 뛰고 있다. 이런 활동들이 그리고 ‘나만 괜찮으면 돼’가 아니라 ‘우리 모두 괜찮아야 해’가 진정한 태권도의 정신이 아닐까?

 

‘이 또한 지나간다’는 말을 함부로 내뱉고 싶지 않다. 지나가기 위해서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하루 빨리 이 세상에서 나쁜 바이러스가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오늘도 이곳 저곳 소독약을 뿌린다.

Print Friendly, PDF & Email

8 COMMENTS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