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사범이 에티오피아에서 태권도를 지도하며 제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아프리카 지원하는 사범들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태권도 사범입니다. 가고 싶은 나라, 살고 싶은 나라가 1순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태권도 보급이 가장 절실하고 간절히 원하고 필요한 나라에 파견되어야 맞습니다.”

 

‘2020 태권도 사범 해외 파견사업’ 2차 신규선발 공고를 보면서 걱정과 기쁨이 교차했다. 이유는 A형 14개국, B형 6개국 나라 중에 아프리카 대륙에만 총 9개국(마다가스카르, 알제리, 수단, 앙골라, 가나, 르완다, 탄자니아, 가봉, 코트디부아르)이 있기 때문이었다. 1차 선발 공고까지 합치면 대륙별로 아프리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많이 뽑는다.

하지만 지원자 중 아프리카에 지원하는 사범들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이번 2차에서도 9개국의 아프리카 나라가 발표되었지만 지원율이 가장 떨어지는 대륙이 아프리카다.

왜 아프리카에 지원하지 않는 것일까?
내가 해병대에 지원해서 입대했을 때 그 당시 가장 친한 친구 2명 역시 엇비슷한 시기에 같이 입대했다. 나는 해병대 선수단으로 입대했고, 육상을 한 친구는 특전사로 입대, 배구를 한 친구는 18개월 집에서 출퇴근 하는 방위로 근무했다.

나와 특전사에 입대한 친구가 날짜를 맞춰 함께 휴가를 나왔고 방위는 늘 집에 있었으니 휴가를 함께 보냈는데, 저녁 술자리에서 각자의 군 생활 이야기를 하면서 누가 더 힘들지 내기라도 하듯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해병대, 특전사, 방위 등 일반적인 잣대로 본다면 해병대나 특전사가 제일 힘들 것 같지만 승리자는 집에서 출퇴근 하는 방위가 최고로 힘든 군 생활을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웃음이 난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잘 사는 나라든 개발도상국이든 각자의 장·단점이 있고, 고민과 스트레스는 어느 곳에나 있다는 것이다. 잘 사는 나라라고 해서 내가 일하는 것에, 그리고 생활하는 것에 고민이 없을까?

솔직히 말해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 선진국으로 가고 싶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해외에 파견되는 사범들이 좋은 나라에 가고 싶지, 개발도상국으로 가고 싶겠는가? 그나마 아프리카로 지원하는 사범들은 아프리카에서 코이카 단원으로 활동하였거나, 그 나라에서 거주하면서 사범 생활을 했을 것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젊은 사범들은 왜 아프리카 대륙에 지원을 하지 않는가?
이유를 유추해 보자면 불편하니까, 열악한 환경과 생활수준, 원활하지 못한 전기와 인터넷 사정, 그리고 의료 문화시설 등 뭐 하나 딱히 내세울 것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에티오피아에 지원하고 합격을 하고 난 뒤 부모님을 비롯하여 온 가족들이 가지 말라고 반대했다. 왜 굳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에티오피아에 가서, 말도 통하지 않고 고생만 할 것인데 라며 어머님은 눈물로 호소하며 나를 잡았다.

나도 처음에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프리카에 대한 나쁜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에 고민을 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그런 고민들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물론 며칠씩 정전이 되거나 단수가 되면 다시 고민에 빠지지만) 아프리카라서 좋은 점, 에티오피아의 장점을 발견하며 기뻐했다.

물론 잘 사는 나라에서 활동하시는 정부파견 사범님들을 부러워 한 적도 사실 많았다. 국제대회에 참석하여 입상을 하고, 태권도연맹이 잘 갖추어져 그 파견국의 지원을 받으며 일하는 정파사범님들을 보면 정말 부럽고 나도 나라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아프리카는 국제대회에 참석하고자 해도 경비가 문제였고, 경비가 해결되면 비자가 문제였다. 뭐 하나 쉽게 허락되지 않았고, 태권도의 모든 용품, 수련환경, 문화적 차이로 무슨 일이든 단박에 되는 것이 없다. 최고의 태권도 환경과 시스템을 갖춘 대한민국에서 어쩌면 가장 열악한 나라로 왔으니 거의 1년은 정신이 나간 상태였고, 내가 이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아니 뭘 해야 할지도 방향이 잡혀 있지 않았고, 예전 태권도 연맹의 잘못된 태권도 관습 및 문제조차도 제기하지 못했다.

어디 태권도 관련된 것만 힘이 들까? 가족이 아프기라도 하면? 자녀들의 교육환경, 주거환경, 음식 등 모든 생활전반이 낙후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대한민국이나 선진국에 비하면 진이 빠져서 살 수 없다.

나도 2년쯤 되었을 때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자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하고 싶었던 정파 사범을 해봤으니 이제 한국 가서 편하게 살고 싶다고… 한 번도 나의 아내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가도 된다며 아내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돌아가면 당신을 믿고 따랐던 제자들과 사범들은 또 당신 같은 사범을 하염없이 기다리겠죠. 그리고 이제 에티오피아 태권도는 또 몇 년 후퇴하겠네. 그래도 할 수 없지. 당신이 다 포기하고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데…”

사실 아내의 이런 말들이 듣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아내의 입에서 먼저 돌아가자는 말이 나오는 것을 내가 미리 막은 건지도 모른다.

여하튼 우리 부부는 아프리카에서의 힘든 점보다는 좋은 점을 서로 이야기하며 힘을 내고 버티고 있다. 이 정도의 뚝심은 있어야 대한민국 정부 태권도 파견사범 가족이 아닐까?

태권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국기원 교본이 교과서인 것처럼 우리는 세계 태권도 사범들의 교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매일 수련하면서 외치던 태권도의 정신은 어디 간 것인가? 해외 파견을 지원하는 젊은 사범들에게 외치고 싶다.

“아프리카 대륙으로 오세요! 용기를 가지세요! 무엇이 두렵습니까?”

정부파견사범 시험 지원자들에게 적어도 대륙별 사범님들이 초청이 되어 그들에게 현지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생활 정보, 문화 차이, 기타 등등을 교육하는 시간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몰랐던 대륙별 이야기를 듣고 조금은 희망을 안고 지원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아프리카 지원하는 사범들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태권도 사범입니다. 가고 싶은 나라, 살고 싶은 나라가 1순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태권도 보급이 가장 절실하고 간절히 원하고 필요한 나라에 파견되어야 맞습니다.”

앞으로 파견 사범들의 처우도 좋아질 것이라 희망해 본다. 내년부터는 모든 태권도 관련 관계 부처가 해외파견 사범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우리들의 고충에 귀를 기울여 줄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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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1. 지금 코로나와 전쟁으로 많이 힘들어하는 김도진 사범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그리고 김도진은 저의 멋진 친구입니다. 김도진 화이팅! 에티오피아 태권도 화이팅!

  2. 지금 코로나와 전쟁으로 많이 힘들어하는 김도진 사범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그리고 김도진은 저의 멋진 친구입니다. 김도진 화이팅! 에티오피아 태권도 화이팅!

  3. 열악한 조건에서 고군분투하는 김도진 사범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아내분도 내조하며 겪는 어려움을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네요. 이런 말씀조차도 사치로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두 분이 태권도의 진정한 외교관이십니다.

  4. 사범님 글에 격하게 동감합니다!! 가고 싶은 나라가 1순위가 아니라 우리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나라가 우선순위라는 말이 감동이네요^^ 응원합니다 사범님!!^^

  5. 대한민국 해병대 출신 태권도 사범이라~~
    믿음이 간다~
    대한민국 국위선양 하시느라 고생 많으십니다~
    대한민국 태권도 만세, 대한민국 해병대 만세~
    김도진 사범님 만세~~화이팅~~

  6. 첫째도, 둘째도, 오로지~
    대한민국태권도 보급이 우선
    환경도 조건도 그무엇도
    바라지않고 태권도보급을 위한
    뜨거운 열정으로
    반듯한 생각과
    하고자하는 강한의지의
    자랑스런 김도진후배 ~
    내가 후배님의 선배라서 가슴뿌듯합니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
    그곳에서 최선을 다하시고 한국에 돌아오는날
    보람과 기쁨가득 품고오시기바랍니다
    힘내라~ 김도진 화이팅

  7. 먼 타국에서 고생하고 있는 김도진 사범
    좋은글 잘 읽었다.
    항상 건강관리 잘하고 언제나 동기들이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태권도 화이팅!!
    김도진사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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