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의 에티오피아 태권도 통신(13)]

#타그라이 자치주 메켈레 태권도 세미나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지방자치주 티그라이는 수도에서 대략 800km 떨어져 있어 방문하기 힘든 변방이다. 특히 이 지역은 에리트리아(Eritrea)의 난민들이 많이 내려오는 곳이다.

아무튼 난민캠프로 인해 이주민들이 많은 지역이라 이곳에서 태권도 사범들을 위해 세미나를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많은 의미가 있다.

나는 에티오피아 한국대사배 태권도대회를 마치는 마지막 날, 저녁 비행기로 티그라이 도시 메켈레로 출발했다.

대회 정리를 하느라 비행기 탈 시간을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주위 사람들이 지금 출발하지 못하면 비행기를 타지 못한다고 하여 이것 저것 물건을 챙겨 부리나케 공항으로 갔다.

그렇게 저녁 늦게 메켈레 공항에 도착하니 티그라이태권도연맹 회장과 사범들이 공항에 마중 나와 반가운 얼굴로 환영해 주었다. 하루 종일 대회 마무리를 하느라 식사를 하지 못했다고 하자 바로 음식점으로 안내했다.

그래서 그 날의 첫 식사를 저녁 8시가 넘어서야 먹을 수가 있었다. 그렇게 먹은 메켈레에서의 첫 식사는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에티오피아는 어디를 가나 똑같은 음식, 인제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을 완전히 뒤엎는 정말 색다르고 맛 좋은 음식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숙소로 향해 내일을 기약하며 간만에 푹 잘 수가 있었다. 다음날 아침 7시에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을 챙겨먹고 세미나에 갈 준비를 하기 위해 샤워를 했다.

메켈레가 물이 안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샴푸로 머리를 감았음에도 불구하고 머리카락이 뻣뻣해 지는 것을 보고 이 정도인가 싶어 깜짝 놀랐다. 뻣뻣한 머리카락의 숨을 죽이기 위해 헤어 에센스를 몇 번이나 발라가며 도복을 챙겨 입고 세미나 장소로 이동했다.

그렇게 세미나 첫 날은 시작되었다. 첫 날은 태권도의 예절과 기본기를 중심으로 교육을 했다. 티그라이 지역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와 세미나 하는 모습들을 여기 저기에서 카메라로 촬영하기 시작했고, 나는 티그라이 지역의 태권도 홍보를 위해서 평소보다 더 열심히 동작들을 설명했다.

오전 교육이 끝나고 오후에는 겨루기 관련 훈련 방식을 세미나 한다고 설명하고 숙소로 돌아와 조금 쉬어주었다. 잠깐 침대에 누워 생각하니 큰 대회로 지친 몸과 마음을 여기에서 한 박자 쉬어가는구나 싶어 그 짧은 시간이 꿀 맛 같았다. 그러면서 역시 나는 태권도 도복을 입고 사범들과 선수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최고의 휴식이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김도진 사범이 태권도 세미나를 진행하며 교육 참가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꿀 맛 같은 휴식을 마치고 오후에 겨루기 교육을 했다. 열악한 환경과 오래된 얇은 매트(두께 1cm) 때문에 왼쪽 발목을 접 질러 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프다는 소리도 할 수가 없었고 더군다나 못하겠다고 엄살을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세미나를 강행했던 것이 화근이 되어 한국에 가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다.

발목이 두 배 가까이 부은 것을 본 매니저가 그 밤에 얼음을 구해왔다. 에티오피아는 1년 내내 약간 쌀쌀한 날씨이기 때문에 얼음 구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파는 곳이 수도에 한 군데 있다. 그것도 작년에 처음 생긴 곳이다. 그러니 나는 얼음찜질을 하면서도 매니저에게 얼음을 어디서 구했냐며 대단하다고 칭찬을 했다.

둘째 날이 밝았다. 어제보다 인원이 더 늘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 물으니 대사배대회에 참가한 선수와 사범들이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대회를 마치자마자 버스를 타고 바로 왔다고 했다. 비행기로 한 시간 반 거리가 버스로는 하루 종일 걸린다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힘을 더 내어서 그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었다. 그런데 티그라이태권도연맹 측에서는 내가 쉽게 오지 못 할 곳에 왔으니 좋은 경치와 관광지를 안내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난 정중히 거절하고 세미나 시간을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연맹 측에서는 큰 대회를 마치자마자 바로 올라와서 세미나를 하고 있는 나의 피곤한 얼굴을 걱정해 주었고, 마음을 헤아려 주었지만 난 피곤하지 않았다.

사실 티그라이연맹은 내가 에티오피아에 처음 왔던 2016년부터 세미나를 해 달라고 요청을 해왔지만 에티오피아의 정치적인 사정상 그 요청을 들어줄 수 없었다.

그들의 요청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갈 수 있었던 티그라이 지역이었다. 그러니 나에게는 관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비행기 시간까지 하나라도 더 말해주고, 알려주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게 3박 4일간의 세미나를 끝내고 난 행복한 마음으로 돌아 올 수가 있었다.

행복한 마음이 들은 까닭은 세미나를 마치고 인사를 나누는 중에 사범 한 분이 나에게 다가와서 말씀을 해주 것 때문이다. 사실 내가 이번 대회 준비 동안 중앙연맹의 방해로 마음고생을 했던 것을 SNS에 올린 적이 있었다. 에티오피아 사범들에게 내가 지금 너무 힘들지만 버티고 싶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그 글을 읽으신 사범님이 소회를 말씀해 주신 것이다.

“사범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사범으로, 태권도를 하는 사람으로서 너무나 창피했고, 사범님께 죄송했습니다. 우리는 사범님과 함께 하고 싶고, 언제나 옆에서 응원하며 최선을 다해 돕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사범들과 함께 기념품을 주면서 티그라이에 자주 와 달라고 했다. 갑자기 그토록 아팠던 발목이 괜찮아지는 기분이었다.

아무튼 내 편이 생긴다는 것은 고통을 잊을 만큼 정말 기쁘고 행복한 일이다. 나는 그들을 위해서 오늘도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아니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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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1. 김사범 화이팅! 그런 마음자세가 있기에 최후의 승리는 김사범것이라고 확신하네 그렇지만 건강을 해치면 모든것이 허사인것을 명심하고 건강 잘챙기시게 끝까지 화이팅!!!

  2. 역시 김사범님은 사명이 무엇인지 아시는 분이십니다. 지금처럼 소명을 가지시고 하다보면 원하시는 것 많이 이뤄갈거예요. 윗분 말씀처럼 건강은 필수시구요. 화이팅 또 화이팅!

  3. 누군가를 지도 하는데 환경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이라 생각합니다. 김도진 사범님께서 좋지 못한 환경에서 지도를 하지만 태권도를 향한 열정과 사랑이 있기에 힘든 곳에서도 사랑하며 지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태권도를 통한 봉사와 선교에 관심이 많은데 이런 사범님들을 본받고 태권도를 더 사랑하며 열정을 갖고 살아가는 제가 되고 싶습니다.

  4. 사명감을 갖고 태권도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힘든 환경에서 일 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고 좋은거 같습니다. 태권도 세계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기식 태권도도 중요하지만 이런 태권도 선교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열악한 환경에서 태권도를 전파하여 대한민국을 알리고 대한민국 태권도를 알리시는
    김도진 사범님은 애국자이시고 진정한 태권인이십니다
    그 뜨거운 열정에 올겨울은 따듯히 보낼수있을듯하네요
    먼곳의 소식 달달하게 잘읽었어요~~^^

  6. 태권도를 자신의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로 가서 교육하는데에있어 어려움도 많고 힘든점도 많았을것인데 이 모든것을 태권도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무도 극복하며 지도하는 지도자분에게 존경심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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