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김도진 사범 제자들이 신고 훈련했던 낡은 운동화
“구멍 난 운동화부터 밑창이 너덜너덜한 운동화까지…그 운동화를 신고 새벽마다 달리고 뛰고 했으니 얼마나 발목과 무릎이 아팠을까. 내 모교인 경북체고 총동창회 선배들에게 SNS로 소식을 남기고 도움을 청했다. 운동을 해본 선배들이 나의 고민을 가장 잘 이해해 주고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

1년 전부터 <태권박스미디어> 서성원 편집장의 제안으로 한 달에 1∼2번 에티오피아 태권도 소식을 알리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작은 관심과 응원을 바라고 시작했지만 지금은 언젠가 이 곳 에티오피아에 멋진 ‘국기원 브랜치(branch)’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의 불씨라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해외에서 제자들을 육성하며 타국에서의 삶을 택한 해외 사범들의 소식도 전하며, 현재 한국에 일자리가 없어서 고민하는 젊은 사범들에게 해외 사범에 대한 정보를 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내 글을 읽으면서 젊은 사범들이 해외 지도자의 꿈을 키우기 바란다. 나는 정부파견사범 시험에 3년간 응시했지만 떨어졌고,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응시한 시험에 합격해 에티오피아에 합격됐다.

이렇게 어렵게 합격한 ‘대한민국 정부파견태권도사범’으로 이 곳에 왔을 때는 정말 많은 것들을 해낼 줄 알았다. 다 차려진 밥상에서 퍼먹기만 하면 될 것 같은 착각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파견되어 파견국 문화와 생활을 이해하는 시간과 그들의 삶을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슬픔을 나누고 기쁨을 함께 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 것 같다. 진심으로 다가서도 그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물러서기도 했다.

태권도 파견사범으로서 태권도만 집중하여 가르치고 홍보하면 된다는 생각은 에티오피아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열심히 가르치고 홍보하면 된다는 생각은 원활하게 태권도를 보급하는데 10%도 영향을 주지 않은 것 같다. 태권도뿐만이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존경받고 믿음을 줘야 이들은 나에게 함께 할 수 있는 여지를 줬던 것 같다.

그러니 진짜 한 걸음, 한 걸음, 한 땀, 한 땀 천천히 조심히 내가 가야 하는 길을 밟아가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발목을 붙잡을 줄은 미처 몰랐다.

# 후원금 받아 새 운동화 구입한 속사정

2020년 1월, 어린 주니어 선수들이 발목과 무릎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지역에서, 체육관에서 하던 운동량의 몇 배나 되는 훈련을 나와 하고 있고, 새벽에 달리기부터 저녁 운동까지 나름 열심히 해서 처음에는 엄살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명 두 명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그렇게 말을 하니 원인을 찾기 위해 코칭스태프와 회의를 했더니 신발 탓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점검을 하러 새벽 훈련 시간에 나가서 선수들의 신발을 보곤 안타까워서 속이 상했다. 구멍 난 운동화부터 밑창이 너덜너덜한 운동화까지, 내가 하는 훈련시간엔 체육관에서 맨발로 하거나 발보호대만 착용하고 했으니 선수들의 운동화 상태를 미처 몰랐던 것이다.

그 운동화를 신고 새벽마다 달리고 뛰고 했으니 얼마나 발목과 무릎이 아팠을까. 그렇게 나의 고민이 시작됐다. 그래서 염치 불구하고 내 모교인 경북체고 총동창회 선배들에게 SNS로 소식을 남기고 도움을 청했다. 운동을 해본 선배들이 나의 고민을 가장 잘 이해해 주고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선배들에게 19명의 선수, 1인당 5만 원 정도의 운동화를 사기 위해 후원해 달라고 요청을 했다. 그 중 한 선배가 선뜻 100만 원을 보내줬다. 그렇게 받은 후원금으로 똑같은 운동화를 사기 위해 3주간 뛰어다녔다. 운동화 사는데 뭘 그리 호들갑이냐고 하겠지만 이 곳에서는 똑같은 운동화 19개를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새 운동화가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다.

 

하여튼 그렇게 발품을 팔아 똑같은 운동화 19개를 구입해서 선수들에게 빨리 나눠주자고 했더니 이젠 또 그냥 주면 안 된다고 했다. 이유를 알아보니 전달식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전달식을 위한 행정 처리를 위해 또 시간을 보내고, 행정 처리 마지막에 도장을 찍어줘야 하는 회장단들이 회의를 하기 위해 지방에 가서 또 시간을 보내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드디어 나눠주나 했는데 이제는 코로나19가 앞을 막았다. 학생들이 코로나19를 피해 집으로 가버려 주인 잃은 운동화가 애타게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도움을 준 선배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고 최대한 빨리 학생들에게 선물해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내 주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을 아직 지키지 못하고 있다.

집으로 돌아간 선수들은 며칠 동안 훈련을 하지 않아 좋다고 하더니 지금은 얼른 운동하고 싶다고 일주일에 서너 번 전화를 한다. 나도 얼른 이 사태가 끝나 우리 선수들과 새 운동화를 신고 열심히 훈련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하지만 언제 이 사태가 끝날지 알 수 없어 이런 상황 속에서도 뭔가를 해야 되겠다 싶어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 나는 현지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학생들, 사범들에게 태권도의 정보, 교육, 훈련 방법을 알려주고 에티오피아에서의 나의 생활도 보여주며 다 함께 이 사태를 잘 버텨내려고 한다.

#에티오피아에서 태권도 유튜브 채널 운영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열악한 인터넷 실정으로 유튜브 하는 것이 많이 답답하지만 그래도 부딪혀보고 있다. 유튜브에서 <에티태권> 또는 <ethi-taekwon>을 검색해서 많은 응원과 구독을 부탁드린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HoVW70FHVBuYVKRvxYuCFQ

그리고 내 아내도 현지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 한국음식 등에 대한 교육 채널을 개설해 열심히 운영하고 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Fun Fun Korean in Ethiopia) https://www.youtube.com/channel/UCw_cWWAZzwtY704DlZXVPf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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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1. 이곳에서는 똑같은 운동화 19개를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훤합니다. 얼마나 발품을 파셨을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서 선수들이 새 운동화를 신고 운동하게 될 날이 오기를……응원합니다

  2. 어느 한 방면에서는 명예를 쟁취하기 바쁘다지만 어느 한 방면에서 희생과 섬김으로 제자들을 열심히 양육하는 모습을 볼수 있네요.. 정말 아름답고 고귀한 정신 보고 배웁니다.사범님 항상 에티오피아를 위해 기도합니다.

  3. 아프리카든 어디든 비슷하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지키고 계신 사범님이 대단합니다. 건강 챙기시고 에티오피아에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시길 기원합니다.

  4. 언제나 든든하신 사범님께서 함께 계셔서 에티의 태권도 선수들의
    마음이 풍성할 것 같습니다^^ 화이팅 하세요^^

  5. 에티 선수들의 설레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항상 에티 태권도를 위해 최선을 다하시는 사범님을 통하여 밝은 미래가 느껴집니다.
    언제나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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